황용엽의 人間, ‘같은 선상에서’展 개막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09.10 21:14

미술시장 주목하는 독자적인 조형성
초대전 16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
이중섭미술상 30주년… 초대 수상자로서 “감개무량”

이번 전시장을 찾은 두 관람객이 <나의 이야기>(2017)를 감상하고 있다. / 아트조선
 
“나만의 창의성을 고집하니 대중과 조금 거리가 있었을 수밖에요. 지금껏 남의 이목을 의식하고 그림을 한 적은 없으니까요.”
 
황용엽은 본격적으로 화필을 잡은 1950년대부터 꾸준히 개인전을 열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지만 그에 반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다 1989년, 이중섭미술상이 처음 시행되는 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 화백이 1회 수상자로 지목되며 재평가의 계기를 맞는다.
 
당시 심사위원진은 “시류에 타협하지 않고 은둔 자세로 자기 영역을 고수해온 집념을 높이 샀다”고 황 화백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그리워했던 이중섭의 예술혼과 무수한 실험과 시도가 난무했던 화단에서 인간의 삶의 환경과 상황을 끈질기게 그려온 황용엽의 예술세계는 서로 연결된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이후 독자적인 조형성을 지닌 황 화백의 작품이 점차 대중에게도 알려지며,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회화양식이 특징인 그의 작품이 화단과 미술애호가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7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 행사에 미술계 인사를 비롯한 관람객 100여 명이 자리했다. / 아트조선
 
황용엽 초대전 <같은 선상에서> 전시 오프닝 행사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정중헌 전 서울예대 부총장,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 미술계 인사를 비롯해 관람객 100여 명이 전시장을 찾아 황 화백의 전시와 출품작에 높은 관심과 호응을 보였다.
 
황 화백의 신작과 더불어 구작을 함께 돌아보는 이번 전시는 이중섭미술상 제정 30주년 기념전이자 초대 수상자인 황용엽의 개인 초대전으로, 지난 70년간 쉼 없이 진화하고 도전해온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인간> 130.3x97cm Oil on Canvas 1975 아트조선
 
전시장을 찾은 한 60대 여성은 1989년 국제화랑(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황용엽 초대전에서 작품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또한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던 기억이다”며, “그 당시 30대였던 내 눈에 색감과 형상이 너무도 독특하고 인상적이어서 그때부터 황 화백의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전시 출품작들에서 황 화백의 작품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볼 수 있고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지난 30년 전이 떠올라 감흥이 새롭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정중헌 전 부총장은 축사를 통해 “황용엽 작가는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확립한 이 시대의 진정한 화가”라며, “그의 작품은 단순히 장식적인 그림이 아닌, 역사적으로 소중한 ‘살아 있는 미술’이기에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시켜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 전 부총장은 저서 ‘황용엽의 인간풍경’(2015)에서 “황용엽 하면 이북에서 월남한 화가로 극한의 억압과 고통을 받은 작가로 이해하지만 그의 인생 역정이나 인간 승리 스토리가 아니라 조형성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는 최신작 20점을 포함해 총 36점이 걸렸다. 1960년대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황용엽의 작품세계 일대기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 아트조선
 
특히 이번 전시에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신작 여러 점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윤섭 소장은 “이렇게 원로화가의 구작부터 최신작까지 볼 수 있는 전시가 흔치 않은데 아주 귀중한 기회”라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짚었다. 안재영 미술평론가는 황 화백의 근작을 두고 “최근 연작 <나의 이야기>는 덧붙이지 않은 독특한 선율과 푸른 색감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미술시장과 유행을 저버린 무언가 부족한 인간의 표현력과 시원함이, 작품표면 밑바탕에는 밀도가 강한 여러 가지 인간의 잔상 표현들이 깔려 있으면서, 있는 듯 없는 듯 무언가 결핍된 회화적 분위기가 여유로움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비평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노화백의 회고전과 달리 황 화백의 열정과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신작전에 가깝다. 출품작 서른여섯 점 중 2017~2018년 작품만 스무 점에 이른다. 황 화백 또한 이번 전시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새로운 시작점이 될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인지 전시 개막일부터 이번 출품작을 선점하려는 컬렉터들이 다수 보였다. 한 컬렉터는 신작 한 점의 구매를 확정 지으며 “황 작가의 작품은 첫 수집인데, 깊고 세련된 색감의 작품을 거실에 걸 생각에 흐뭇하다. 미술시장의 더 많은 수요가 미치기 전, 한발 앞서 구매하기 위해 서둘렀다”고 했다.
 
이중섭미술상은 황용엽의 생애 첫 수상이었다.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날 다시 초대전을 갖게 돼 감개무량하다는 황 화백.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보이는 그대로 감상해주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16일까지. (02)724-7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