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9.04 21:33 | 수정 : 2018.09.04 21:35
동양의 여백과 서양의 색채 합치된 中 색면 추상화가 첸 루오 빙

“빛은 생각을 자극하고 그 생각의 흐름을 따라 흔적을 남긴다”고 말하는 첸 루오 빙은 빛이 남긴 궤적을 작품에 담아왔다. 그는 독일 미니멀 모노크롬의 대가 고타르 그라우브너(Gotthard Graubner)에게 그림을 배웠다. 이후 스승의 계보를 이어받아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색면 추상회화에 몰두했다. 독일 유학 전에는 중국 수묵화를 전공한 까닭에 그의 작품은 동양화의 여백, 서양화의 색채가 서로 합치돼 조화를 이룬 듯하다.
작가는 회화뿐만 아니라 영상, 설치 등 작품 영역을 확장하며 여러 가능성과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빛과 빛이 지닌 에너지의 흐름을 표현했다. 이외에도 스테인리스 원구 설치 작품에서는 시공간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매체로 간결하지만 힘 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흐름 - 공간, 빛, 시간>이 6일부터 내달 7일까지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를 앞둔 첸 루오 빙과 나눈 일문일답.

─ 본인에게 ‘공간, 빛, 시간’이란? 이번 전시명이기도 한데.
“내 작품의 주된 요소일 뿐 아니라 전 인류의 정신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한 회화, 조각, 영상 등 모든 예술 장르에서 만약 공간, 빛,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작품의 에너지와 힘 또한 사라져버릴 것이다.”
“내 작품의 주된 요소일 뿐 아니라 전 인류의 정신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한 회화, 조각, 영상 등 모든 예술 장르에서 만약 공간, 빛,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작품의 에너지와 힘 또한 사라져버릴 것이다.”
─ 이번 전시에서 생애 첫 비디오 아트에 도전했다.
“지금까지의 나의 작품과 다르면서도 연결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최신작이자 처음 시도하는 비디오 영상 작품을 통해 작업 영역을 넓히고자 했다. 지금껏 공간과 빛, 시간에 대한 회화 작업을 이어왔는데, 이번엔 비디오 영상이란 매체로 작업해본 거다. 3분50초 분량으로, 시간이 천천히 공간 속으로 뒤섞여 들어감을 표현했다. 서로 다른 원과 사각 등은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대변함과 동시에 그 안에 흐르는 에너지를 나타낸다.”
“지금까지의 나의 작품과 다르면서도 연결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최신작이자 처음 시도하는 비디오 영상 작품을 통해 작업 영역을 넓히고자 했다. 지금껏 공간과 빛, 시간에 대한 회화 작업을 이어왔는데, 이번엔 비디오 영상이란 매체로 작업해본 거다. 3분50초 분량으로, 시간이 천천히 공간 속으로 뒤섞여 들어감을 표현했다. 서로 다른 원과 사각 등은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대변함과 동시에 그 안에 흐르는 에너지를 나타낸다.”
─ 큼직한 원구 작품은 무얼 뜻하나?
“지름이 30~50cm 정도 되는 스테인리스 원구를 여러 색깔과 크기로 설치했다. 붓질로 색을 입힌 천으로 여러 겹을 감싸 스테인리스의 단단한 재질과 거친 광택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색을 칠하고 원구를 굴려 천을 감싸는 과정은 물성의 변화이자 시공간의 흐름을 뜻한다.”
“지름이 30~50cm 정도 되는 스테인리스 원구를 여러 색깔과 크기로 설치했다. 붓질로 색을 입힌 천으로 여러 겹을 감싸 스테인리스의 단단한 재질과 거친 광택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색을 칠하고 원구를 굴려 천을 감싸는 과정은 물성의 변화이자 시공간의 흐름을 뜻한다.”
─ 회화, 설치 그리고 이젠 영상까지. 작업의 지평을 계속 넓히는 이유?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는 건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술을 시작할 때부터 내 관심사는 예술 그 자체가 지니는 무한한 힘과 보는 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이었다. 이러한 호기심과 관심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여러 도전을 이어가고자 한다.”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는 건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술을 시작할 때부터 내 관심사는 예술 그 자체가 지니는 무한한 힘과 보는 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이었다. 이러한 호기심과 관심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여러 도전을 이어가고자 한다.”

─ 대체로 작품 색채가 밝고 강렬하다. 색감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자연 풍경에서 영향을 받는다. 자연 속에서의 경험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반영해 원색적인 컬러를 작품에 싣고 있다. 그렇다고 내 작품이 색채이론에 관계하거나 얽매이진 않는다. 나는 ‘우연의 일치’를 즐기기 때문이다.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때그때의 영감과 감상에 따라 작품이 나온다.”
─ 그렇다면 작업 중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붓을 움직이며 스스로 긍정적인 에너지와 내면의 평화를 부여한다. 동시에 색상과 형태가 상호작용을 통해 캔버스 표면 깊숙한 곳으로 함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심지어 몇 초 만에 그릴 때도 있고, 어떤 그림은 몇 년째 그리고 있기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 몇 초, 몇 년이 걸리든 참을성이 있어야만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20년 넘게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작업 도중 여러 깨달음의 순간을 직면할 때면 여전히 처음처럼 깜짝 놀란다.”
“붓을 움직이며 스스로 긍정적인 에너지와 내면의 평화를 부여한다. 동시에 색상과 형태가 상호작용을 통해 캔버스 표면 깊숙한 곳으로 함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심지어 몇 초 만에 그릴 때도 있고, 어떤 그림은 몇 년째 그리고 있기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 몇 초, 몇 년이 걸리든 참을성이 있어야만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20년 넘게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작업 도중 여러 깨달음의 순간을 직면할 때면 여전히 처음처럼 깜짝 놀란다.”
─ 중국에서 수묵화 전공 후 독일로 넘어가 현대회화를 배웠다. 왜 독일이었나?
“그 당시 동양철학, 특히 선불교 사상이 내 작품 세계관의 중심축이었다. 이러한 내 관심이 독일 철학으로까지 확장되면서 독일이 궁금했고 가보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내 작품 세계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를테면, 나는 이성적인 행동이나 판단일지라도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 작품 세계관은 당시 나를 독일로 가게끔 했고, 오늘날엔 나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 당시 동양철학, 특히 선불교 사상이 내 작품 세계관의 중심축이었다. 이러한 내 관심이 독일 철학으로까지 확장되면서 독일이 궁금했고 가보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내 작품 세계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를테면, 나는 이성적인 행동이나 판단일지라도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 작품 세계관은 당시 나를 독일로 가게끔 했고, 오늘날엔 나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 스승인 고타르 그라우브너에게 받은 영향이 있다면?
“선생님의 최고의 가르침 중 하나는 내 고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법을 알려주신 거다. 선생님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용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하셨다.”
“선생님의 최고의 가르침 중 하나는 내 고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법을 알려주신 거다. 선생님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용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하셨다.”
─ 향후 계획은?
“앞으로 실현하고픈 아이디어가 많이 준비돼 있다. 예술가에게 예술 작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최대한 많은 작품을 그려내고 창작해낼 순 있어도 매순간 뛰어난 작품만을 선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내게 있어 가장 신나고 행복한 때는 내 작업실에서 새로운 작품을 그릴 때다. 나는 이걸 ‘마법의 순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 번 지켜봐 달라.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
“앞으로 실현하고픈 아이디어가 많이 준비돼 있다. 예술가에게 예술 작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최대한 많은 작품을 그려내고 창작해낼 순 있어도 매순간 뛰어난 작품만을 선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내게 있어 가장 신나고 행복한 때는 내 작업실에서 새로운 작품을 그릴 때다. 나는 이걸 ‘마법의 순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 번 지켜봐 달라.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