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Art] 일상을 맛깔나게 만드는 디자인의 힘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08.31 18:38 | 수정 : 2018.08.31 18:39

산업 디자이너 등 100명의 유머러스한 디자인 제품 400여 점

<루나파크>는 기존 디자인 제품을 최대 5m 크기의 초대형 조형물로 만들어 설치했다. 전시장은 열린 공간으로 구성돼 아이들을 비롯해 가족 단위 관람객이 관람하기 좋다. / 아트조선
 
“자, 이제 루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루나파크(LunaPark)>의 도슨트가 어린이 관람객에게 외쳤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이자 이번 전시 총괄 아트디렉터인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만든 캐릭터 ‘루나(Luna)’의 입 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전시 관람이 시작된다. 루나는 스테파노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만든 캐릭터. 전시장 입구 파사드도 루나의 얼굴과 입 모양으로 꾸며졌다.
 
목구멍을 지나 루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것처럼 판타지 세계로의 입성, 그곳이 바로 <루나파크>다. 흡사 거인나라 속 소인이 된 듯, 주변엔 큰 화분, 큰 새, 큰 알 등 온통 대형 조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최대 5~6m에 이르는 초대형 오브제에 어린이 관람객의 눈은 커지고 탄성이 터졌다.
 
국내외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산업 디자이너 등 100명이 모여 판타지 세계를 만들었다. 익숙한 디자인 제품부터 ‘신기방기’한 디자인 제품까지 총 428점으로 채워지며, 그중 17점은 대형 오브제로 제작돼 아이와 성인 가릴 것 없이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베네데타 모리 우발디니 <해파리>. 철망을 소재로 몽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우발디니의 작품은 인기 포토존이다. 작가는 철망의 그물 세공을 활용해 동물과 식물을 실제보다 더욱 진짜처럼 보이는 작품을 만든다. 철망이란 소재 특성상 공간 투명성이 드러남과 동시에 각각의 작품이 겹치며 오묘하고 경이로운 시각 효과를 선사하는 것. 이러한 3차원 이미지는 우발디니가 관람객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투명한 재료에 컬러와 빛으로 실험해 탄생하게 됐다. / 인터파크
 
그 때문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 연인이나 친구끼리 온 20~30대 방문객도 상당하다. 저마다 작품 앞에서 ‘셀카’는 기본이다. 마치 세계 유명 가구 쇼룸에 온 듯 감각적이고도 기발한 가구들과 인테리어 소품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성인 관람객도 즐겨 찾는 이유다. 또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을 보냈을 터. 장난감 하나만으로 마냥 즐거웠던 그때를 떠올리며, 수많은 디자이너의 작품과 그들의 영감을 통해 유년기의 자신과 만나 행복한 시간을 가지라는 뜻에서 놀이공원 콘셉트로 기획된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 산업디자이너이자 <루나파크>의 총괄 아트디렉터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그의 대표 디자인 제품 중 하나인 <레빗체어>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앙증맞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귀를 잡고 안정적으로 앉거나 등을 대고 기댈 수 있는 등 기능적으로도 편안함을 제공한다. / 인터파크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디자인 접근 방식은 '형태는 즐거움에 충실한다(Form Follows Fun)'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작품을 두고 '장난감'이라 불리는 것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수많은 디자인 제품을 탄생시켜 온 이유를 두고 그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널리 쓰이고 그로써 가치를 얻기 위함이다"라며 위트 있는 작품과는 달리 진지한 작업관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전시 큐레이터 크리스티나 모로치(좌)와 큐레이터 키아라 사비노가 <스펀체어>에 앉아 마주보고 있다. 영국 출신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의 <스펀체어>는 이른바 '팽이의자'라고 불리며 아이는 물론 성인이 앉아도 빙그르르 도는 의자에 어쩔 줄 모르며 절로 웃음이 나오는 효과가 있다. 평평한 금속판을 회전시켜 입체적인 형태의 모양을 띠고 있다. / 인터파크
 
스테파노는 ‘기능적인 디자인 제품과 생활하면 기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고, 감성적인 디자인 제품과 생활하면 상상력과 창의력 감성까지 풍부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익숙한 일상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상 생활용품이 작품의 오브제가 되고 작품이 일상 생활용품이 되는 디자인 제품을 경험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삶을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조미료가 돼 주는 디자인의 역할과 힘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 6일까지 D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