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17 18:55 | 수정 : 2018.08.17 19:01
작가 주문대로 하다 보면 어느새 작품으로… 에르빈 부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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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빈 부름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로, 조각, 설치,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유머러스한 접근법으로 일상을 새롭게 인식게 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가 작성한 주문을 관람객이 수행함으로써 완전해지는 <One Minute Sculptures> 시리즈는 참여자에 의해 실현과 해체를 반복하며 전통적인 개념의 조각을 벗어나 새로이 정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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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일상적인 사물이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물론, 사진으로 남겨 1분이란 짧은 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데에 작가의 목적이 있다. 에르빈 부름은 “1분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조각이 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관람객은 사물을 작동시키는 주체이자 작품 그 자체로 분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 70여 점 중 50점가량은 영국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빌려온 것. 흥미로운 건 그 중, <One Minute Sculptures>는 테이트 모던에서 관람객이 마음껏 손대거나 심지어 파손할 수도 있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특히 시리즈 중 하나인 <Organisation of Love>는 중량을 높이기 위해 작가가 인위적으로 무게감을 더해놨는데, 이 때문에 지시사항 이행 중 관람객이 작품을 떨어뜨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파손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전시장 측은 이를 대비해 세정제통과 양동이 등을 여러 개 준비해 놨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러한 ‘여유분’도 작가가 사전에 마련해놓은 것. 실제로 이번 전시 중 <Organisation of Love> 중 일부인 청소 솔이 부서져 새 솔로 교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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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마음껏 만지거나 심지어 올라 타볼 기회가 또 있을까? 이번 주말에는 스스로 조각이 돼 보기도 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겨 <One Minute Sculptures> 작품을 소장하는 즐거운 경험을 해보자. 내달 9일까지 현대카드스토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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