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취가 담긴 과거의 공간과 마주하다

  • 아트조선

입력 : 2018.08.10 14:46 | 수정 : 2018.08.10 14:51

현대 사진가 칸디다 회퍼 <Spaces of Enlightenment>


50여 년간 사진을 통해 공간과 인간을 사유해 온 독일 출신 사진가 칸디다 회퍼의 사진 속 공간들은 인간의 자취를 담고 있다. 이 장소들은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며 인간의 깨달음(Enlightenment)을 가능케 했던 곳들이었다. 사유의 단초를 제공하고 인식의 변화를 일깨운 사회적인 장소들인 셈.

그가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촬영한 공연장, 도서관, 미술관 등 특정 기관의 공간을 담은 개인전 <Spaces of Enlightenment>가 열리고 있다.

< Teatro Cervantes Buenos Aires I 2006 >, C-print, 180 x 240cm/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국제갤러리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건축 양식과 시대적, 사회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뒤셀도르프 시립극장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의 극장과 오페라 하우스의 내부 공간을 담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지적, 심미적 추구의 장인 도서관과 미술관도 소개된다. 중세 수도원 내 바로크 양식의 도서관, 프랑스 국립도서관, 뒤셀도르프 아카데미 내 복도에 놓인 작은 서가 등은 오랜 시간 사회적, 인문학적인 장소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작가는 이곳에서 예술가, 역사학자, 철학자가 청중과 교류하며 생긴 인식의 변화와 깨달음에 주목했다. 이러한 것들이 축적된 공간을 작가만의 긴 기다림과 호흡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 Van Abbemuseum Eindhoven VI 2003 >, C-print, 100.8 x 85cm,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국제갤러리


작가는 작품 이미지와 프레임 사이에 여백을 넣어 현재 공간과 유리 너머의 공간을 분리하는 동시에 두 시공간을 연결함으로써 관람객이 인간, 시간, 역사가 함께 호흡하는 공간의 초상을 마주하게끔 의도했다.

한편, 칸디다 회퍼는 1944년 독일 베를린 근교 에베르스발데에서 태어나 1964년 쾰른 베르크슐레에서 예술과 사진 전공 후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해왔다. 이번 전시는 8월 26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