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7.20 15:16 | 수정 : 2018.08.03 09:44
- “쉿! 지금 잠실 석촌호수 위에선 ‘컴패니언’이 쉬는 중.”
길이 28m에 이르는 거대 예술조형물이 석촌호수를 점령했다.
미국 뉴욕 출신 팝아티스트 카우스(Kaws)가 그의 시그너처 캐릭터 '컴패니언(Companion)'을 서울 석촌호수 위에 띄웠다. ‘러버덕’(2014), ‘슈퍼문’(2016), ‘스위트스완’(2017)에 이어 석촌호수에 뜬 네 번째 수상 공공미술품이다.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큰 단추의 바지를 입고 큼직한 신발을 신고 있지만, 얼굴은 두개골 모양의 해골 형상으로, 수면 위에 양팔을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모습이 깜찍하기도 오묘하기도 하다. “물 위에 가만히 떠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게 여름과 잘 어울리지 않나요?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모든 것을 잊고 쉬어보자는 의미에요.”

X자 눈(X-ed Out Eyes)의 컴패니언은 카우스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아이콘이자 근간이 되는 캐릭터. 그가 직접 자신의 'Birthmark(모반)‘와도 같다고 말한 이 X자 눈은 카우스 작품임을 단번에 알아보게 하는 상징적인 표식이다. 이 시그너처로 그는 세계 팝아트신을 흔들었다.
카우스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출신으로, 버스정류장, 공중전화부스 등 빌보드의 기존 광고 이미지에 그라피티를 덮어씌움으로써, 자신만의 스타일로 도치시키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일본으로 진출, 당시 서브컬처의 산실이었던 일본에서 아트토이 문화를 선도하며 세계적인 팝아티스트로 발돋움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트있는 그의 작품이 친숙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갤러리나 미술관을 벗어나 거리 예술, 디자인 제품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해왔기 때문. 카우스 역시 전시장 밖으로 나와 대중과 부대끼며 살아있는 예술을 하는 것이 즐겁단다. 또한 심슨, 스머프, 세서미스트리트 등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소재 삼아 독자적인 시그너처로 승화시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 왔으며, 수많은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럭셔리 브랜드 Dior(디올)과 협업하는 등 특히 패션계가 탐내는 작가로 꼽히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X자 눈을 하고 석촌호수 위에 떠 있는 컴패니언을 두고 익사체 같다는 웃지 못할 지적도 나오지만, 이에 대해 카우스는 “컴패니언은 수영을 잘한다.”라고 여유롭게 응했다. 컴패니언이 이처럼 수상조형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 초대형 컴패니언을 보러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은 “유유자적하는 컴패니언이 부럽다”, “위로받는 것 같다”고 감상하며 저마다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무 말 없이 물 위에 편안히 떠 있는 컴패니언은 주변의 혼잡한 세상과 분리된 듯 평안한 모습이다. 이번 주말, 카우스의 작품과 함께 무념무상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컴패니언은 8월 19일까지 석촌호수에 머물며 유영을 즐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