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기로 남산예술센터, 공공성 논의 본격화

  • 뉴시스

입력 : 2018.04.13 10:27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존폐 위기에 처한 공공극장인 남산예술센터로 연극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국립극단과 함께 한국의 연극을 주도하는 국공립극장의 두 바퀴 중 하나다.

남산예술센터의 본래 이름은 드라마센터다. 1962년 개관했다. 2009년부터 서울시가 서울예술대학교(학교법인 동랑예술원)로부터 연간 10억원에 임대해 오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위탁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서울예술대학이 늦어도 2019년 6월에는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연극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일부 연극인들은 이달 1일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회의'(가칭)를 결성했다. 이후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촉구하는 발의안을 젊은 연극인 모임인 '대학로X포럼'에 상정했다. 비상대책회의를 중심으로 12일 오후 남산예술센터에서는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드라마센터가 역사에서 담당한 공공성을 우선 다뤘다. 6·25 동란 이후 유치진이 설립한 드라마센터의 설립과정과 운영의 문제는 한국연극사와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는 문제인데, 여러 증언 등을 통한 사실 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유치진 외에 록펠러재단, 미8군 민사처, 아시아재단 등이 센터 건립에 힘을 보탰다는 자료와 증언이 있다.

김숙현 연극평론가는 이날 '드라마센터의 연극사적 의미와 공공성 논란1' 발제에서 드라마센터 설립 당시의 기사를 인용하며 드라마센터의 사명에 대한 고민의 장을 마련했다.

"드라마센터는 아카데미한 연극연구체로 고식상태에 놓여있는 우리나라 연극문화의 부흥과 실험 및 연구보존을 위해 세워지는 어디까지나 비영리적인 시설임에도 불구하고"(연극문화를 연구 실험하는 집, 1961년 7월6일 경향신문)라는 대목이다.

김 평론가는 "'비영리 시설'로서, '국가적, 국제적인' 과업으로서 '진정한 연극예술의 부활'을 꿈꾸었던 드라마센터의 '사명'을 어떻게 되살려야하는가"라고 물었다.

김옥란 연극평론가는 '아시아재단 서류를 통해본 드라마센터 지원과 건립과정'을 통해 록펠러재단·아시아재단의 드라마센터 건립 지원과정을 톺아보면서 국내외적 냉전 네트워크에 의한, '냉전 센터'로 기획된 드라마센터의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엽 연극연출가 김재엽은 '공적자본과 사적자본, 드라마센터에 대한 질문들'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드라마센터는 한국연극의 현장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했는지에 대해 좀 더 깊게 파고든다.

김 연출은 드라마센터(서울특별시 중구 예장동 8-19)의 토지대장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유치진(1905~1974) 작고 후 1978년 10월6일 소유권 이전으로 '학교법인 한국연극연구소'라는 명칭이 나오기 전까지 토지소유권에 손으로 쓴 글씨로 '나라(국)' 한 글자만 한자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센터는 극장의 경영난과 관객의 부재로 아카데미를 거쳐 예술전문학교로 전환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토지대장의 기록으로 볼 때 교육기관으로서의 드라마센터 또한 태생적으로 공립학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의 서울예술대학은 사립학교재단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드라마센터 건축과정과 토지확보 과정을 들여다볼 때, 온전한 사적자본과 온전한 사적노동으로만 건립된 온전한 사립 학교재단이라기보다는 태생적으로 공공교육기관으로 출발한 지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드라마센터의 법적 소유권은 동랑예술원에 있다. 민간의 재산권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말마따나 '극장의 소유권을 공공으로 환원해달라'는 것인지, '공공극장으로서 사용권을 유지해야 달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중지를 모을 필요도 있다. 뒷말이 무성한 소유권 이전 과정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 역시 숙제라고 연극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논의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민간 위탁 지속의 문제가 아니다. 계약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같은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면서 "극장을 쓰고 극장을 찾아주는 분들이 함께 공론화해야 할 문제다. 지금의 서울문화재단 운영진이 뭘 해야 한다는 것은 다음 순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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