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이혼 도장 찍기 직전 부부와 결혼 전야 커플의 사중창

  • 이태훈 기자

입력 : 2018.04.13 00:21

'투모로우 모닝'

뉴욕의 어느 날 밤, 젊은 존과 캣 커플은 결혼을, 중년의 잭과 캐서린 커플은 이혼을 앞두고 있다. 예비 부부는 무명 시나리오 작가 신랑의 불확실한 미래와 신부의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흔들린다. 이혼 서류 서명만 남겨둔 10년차 부부는 성공한 아내의 바가지와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한다. 결혼 상대에게서 낭비벽만 빼거나 연봉만 갈아 끼우고 사랑할 순 없는 법.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 하룻밤 사이, 두 커플의 감정과 미래도 롤러코스터를 탄 듯 빠르게 요동친다.

결혼을 앞둔 뉴욕의 예비 신혼부부 캣(김보정·왼쪽)과 존(임두환).
결혼을 앞둔 뉴욕의 예비 신혼부부 캣(김보정·왼쪽)과 존(임두환). 대학로 실력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노래는 뮤지컬‘투모로우 모닝’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먼트메이커
서울 이화동 JTN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투모로우 모닝'(연출 성열석)은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준다. 고유진, 김경선, 이태구 등 실력파 배우들의 단단한 연기와 노래가 최대 강점. 극 중 두 커플의 노래는 이야기 진행에 따라 듀엣이나 사중창단처럼 변하는데, 화음이 듣기 좋게 매끈하다. 고른 실력의 배우를 적은 숫자만 무대에 올리는 소극장 뮤지컬이라 가능한 일. 쇼핑 중독이나 포르노 집착 같은 각자의 약점을 유머러스하게 털어놓는 '비밀이 있죠'처럼 함께 부르는 넘버에서 특히 이런 장점이 돋보인다.

2006년 영국 런던 초연 뒤 미국·호주·독일 등을 거쳐온 라이선스 작품. 오래 다듬어 온 만큼 이야기도 탄탄하다. 사랑은 돌이키기 어려운 결정과 선택의 연속이며, 대개 이성을 앞질러 과속하게 마련이다. 그런 사랑의 속성을 드러내는 연애 생활 밀착형 에피소드들이 재치 있는 대사와 함께 이어진다. 많이 달콤하고 조금 뻔해도 조바심 내며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막판 깜짝 놀랄 반전과 엔딩이 기다린다.

노래에 울림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라이브가 아닌 것처럼 들리거나, 배우별 성량 차이를 보정하지 않아 음량이 과하게 튀는 순간들은 귀에 거슬린다. 소극장 음향의 약점을 가리려는 고육책이겠지만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줄거리와 관련 없는 슬랩스틱 연기로 관객 호응을 유도하긴 하지만, 그것도 묘하게 밉지 않다. "내일보다 소중한 건 오늘"이라고, "멈추지 말고 함께 달리라"고 노래하는 극의 경쾌함과 속도에 썩 어울려서일 것이다. 공연은 7월 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