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야기 위해 남성 필요했다"...연극 '아홉소녀들'

  • 뉴시스

입력 : 2018.03.23 09:36

연극 '아홉소녀들'
"여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남성이 필요했어요. 여자들의 이야기지만 남자와도 연결이 돼 있죠. 분리시켜서 따로 다뤄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극단 프랑코포니가 창단 10주년을 기념한 연극 '아홉소녀들'을 22일부터 4월8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선보인다. 9명의 소녀들의 '놀이'를 통해 페미니즘, 성폭력, 차별, 비만, 동성애, 이주민 등의 문제를 다룬다.

9명의 소녀를 연기하기 위해 9명의 배우가 등장하는데 이 중 3명의 남자 배우가 다른 6명의 여자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붉은 치마를 입고 주로 여자를 연기한다.

개막날 오후 열린 프레스콜에서 까띠 라뺑 연출은 "남자들도 고통을 당하고 힘들면 울기도 한다"면서 "여성의 고통이 남성의 고통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 연결이 됐다고 생각해요. 남자가 여자를 연기하니 아이러니함이 들어있죠. 남성이 여성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배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 김진곤은 "사람을 이해할 때 남자, 여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힘들다"면서 "근본적으로 다르니까,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해도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더라"고 털어놓았다.

대신 이번에 '아홉소녀들'을 연습하면서 새로운 걸 깨달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끈을 놓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미투 운동 등) 연극계 일들이 많은데, 여자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꾸준히 바라보고 함께 나누고 느끼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홉 소녀들'은 사람에 대해, 특히 여성에 대해 현존하는 온갖 차별을 다룬다. 프랑스의 극작가 겸 연출가 그리고 배우인 상드린느 로쉬의 희곡으로 학교에서 아동을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에서 영향을 받았다.

성폭력, 비만, 소외, 왕따, 차별, 동성애, 이주민 문제 등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드러나 있다. 총 23개 에피소드가 90분 동안 전개되는데, 배우들은 일관되게 정해진 배역 없이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역할을 한다. 장면마다 관객들의 공감대가 다르게 형성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2011년 초연했고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 공연한다.

성폭력을 여성이 자초했다는 일부 극단적인 시선, 임신을 한 직장 여성이 회사에서 차별 받는 행태 등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 내용은 '여성혐오'(여혐)를 지나 각종 성추행과·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난무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하지만 번역까지 직접 맡은 극단 프랑코포니의 임혜경 대표는 1년 전부터 준비한 작품이라며 최근 시류를 감안하고 제작한 연극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임 대표는 "'아홉소녀들'을 연극계 현 상황과 연결성으로 보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다"면서 "동시대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에 대해 우리도 마찬가지로 공감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한편, 프랑스어 사용권이라는 뜻의 '프랑코포니'를 극단 이름으로 내세운 극단 프랑코포니는 불어권의 작품을 선보이는 단체다. 이에 따라 프랑스뿐만 아니라 캐나다 퀘벡, 콩고 등의 작품도 무대에 올렸다. 2001년부터 극단 이름 없이 활동하다 2009년 공연 '고아 뮤즈들'을 계기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임 대표는 "시대가 빨리 변하면서, 동시대성 안에서 한국 관객과 같이 생각하고 교류를 하며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면서 "너무 프랑스적인 것보다 보편적으로 동시대에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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