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가 탐내던 작곡가… 그의 잊힌 작품을 연주하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8.03.21 00:32

'에베를' 작품 음반으로 낸 홍다연, 국내 연주자로선 첫 연주·녹음

"에베를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도 그 재능을 탐낼 만큼 뛰어난 작곡가였어요."

바이올리니스트 홍다연(45)과 피아니스트 강희정(45)이 최근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에베를(Eberl·1765~1807)의 미발표곡을 음반으로 냈다. 지난 1월 영국 음반사인 토카타 클래식스에서 출시한 '안톤 에베를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세 개의 소나타'다. 국내 연주자가 에베를을 연주하고 녹음까지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나타 1번(작품번호 35), 4번(작품번호 49), 7번(작품번호 50)을 수록했다.

홍다연
홍다연은“모차르트와 베토벤 사이에 작곡가 에베를이 있다”며“베토벤 후기 작품에 스며있는‘영웅’스타일이 이미 에베를의 주요 작품에서 나타났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홍다연은 "시간의 더미에 묻혀 있던 에베를의 악보를 발견한 사람은 특출한 작곡가들의 잊힌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티머시 잭슨 미 노스텍사스대 교수"라고 했다. "18세기 빈에서 활약한 에베를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맞먹는 작곡가인데 왜 묻혔을까 궁금하셨대요. 극음악과 교향곡 등 그가 쓴 작품이 200여 개 넘지만 거의 사라졌죠." 잭슨 교수는 4년 전 독일 뮌헨의 바바리아주정부도서관에서 에베를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의 자필 복사본을 찾아냈고, 자신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홍다연과 아내인 강희정에게 녹음을 권했다.

연주로 탄생하는 과정은 복잡했다. 피아노용 악보와 바이올린용 악보가 따로 떨어져 있어 마디 수를 일일이 센 다음 손으로 이어 붙여야 했다. 두 연주자가 악보를 만들어 건네면 잭슨 교수가 이를 연구해 어느 음이 절정이고, 어느 마디가 핵심인지 알려줬다. 녹음은 2016년 7월 노스텍사스대 윈스피어 공연장에서 나흘간 했다. 프랑스 음악잡지 '팡파르'는 이 음반에 대해 "음악사(音樂史)를 위한 진정한 발견이며 탁월한 해석과 결점 없는 연주력까지 흠 잡을 데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모차르트와 에베를 사이에는 위대한 선배 작곡가를 향한 존경과 아홉 살 어린 후배의 재능을 알아보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너그러운 마음이 존재했어요. 에베를의 초기 피아노 작품 두 곡이 모차르트 이름으로 출판됐는데, 이미 스타였던 모차르트가 기꺼이 동의할 정도였죠. 출판업자들은 악보를 팔아야 하니까 모차르트의 이름을 달았던 거고…."

뛰어난 작곡가였던 에베를이 잊힌 까닭은 무엇일까. "당시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에베를의 곡들은 혁신적인 '수퍼 소나타'였어요. 보통의 소나타는 두세 번 조를 바꾸는데 에베를은 열 번도 넘게 조바꿈을 해요. 그만큼 복잡하고 분위기도 확확 바뀌는데, 귀로 들으면 고급스럽고 우아하죠. 예의범절 바른 신사 느낌이에요." 홍다연은 "잭슨 교수가 얼마 전 에베를이 남긴 소나타를 두 개(작품번호 14와 17) 더 찾았다"며 "전곡(全曲) 프로젝트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