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21 00:14
존 도우
대량 실업에 허덕이는 대공황기 뉴욕, 실직자 '존 도우'(익명의 남자를 뜻하는 관용구)의 자살 예고 편지가 신문에 실린다. "모두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시청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예고에 온 미국이 떠들썩하다. 기업들은 홍보 효과를 노려 그를 고용하겠다 나서고, 신문사 앞엔 '내가 바로 존 도우'라며 사람들이 길게 줄 선다. 그런데 실은 이 편지, 해고된 신문기자 앤 미첼이 꾸며낸 가짜 뉴스였다. 그냥 덮을 수도 사실대로 밝힐 수도 없는 상황. 언론사와 정치가는 서로 다른 꿍꿍이로 이 소동을 이용한다. 얼떨결에 존 도우를 연기하게 된 전직 야구선수 월러비는 진심이 담긴 라디오 연설 한 번으로 영웅이 되지만, 그가 시청 옥상에서 뛰어내려야 할 크리스마스가 점점 다가온다.

서울 연건동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존 도우(연출 반능기)'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16인조 스윙재즈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귀에 착착 감기는 노래에 담아 경쾌하게 풀어낸다. 팍팍한 취업난과 현실에 대한 풍자, 냉소를 뛰어넘는 희망찬 이야기에 지금 우리 현실과 조응하는 힘이 있다. 재즈에 맞춰 칼 군무를 추는 앙상블 곡들은 처지는 넘버 없이 고루 빼어나다. 얼떨결에 이 소동의 주연이 된 신문기자 앤과 가짜 존 도우 월러비의 듀엣곡 '캐치볼'은 극 전체의 분위기를 축약해 담으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공을 떨어뜨리면 비난과 야유만 남을 것'이라 불안해하는 앤을, 월러비는 '몇 번이고 받아줄 테니 두려워 말고 던지라'고 북돋운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 게리 쿠퍼 주연의 1941년 작 할리우드 영화(Meet John Doe)가 원작. 그 시절 영화들이 그랬듯, 이야기는 배배 꼬지 않고 정직하다. 착한 메시지도 매력 포인트. '한 사람의 작은 한 걸음이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서로 이름을 부르는 따뜻한 이웃이 될 때 희망도 시작된다'고 이 뮤지컬은 말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우수 크리에이터 지원사업 선정작. 주·조연부터 앙상블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한꺼번에 폭발시키려는 듯 최선을 다한다. 그 열정을 보는 즐거움이 무대의 단조로움, 결말의 단순하고 급한 전개 같은 사소한 단점은 덮고도 남는다. 공연은 4월 22일까지.
프랭크 카프라 감독, 게리 쿠퍼 주연의 1941년 작 할리우드 영화(Meet John Doe)가 원작. 그 시절 영화들이 그랬듯, 이야기는 배배 꼬지 않고 정직하다. 착한 메시지도 매력 포인트. '한 사람의 작은 한 걸음이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서로 이름을 부르는 따뜻한 이웃이 될 때 희망도 시작된다'고 이 뮤지컬은 말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우수 크리에이터 지원사업 선정작. 주·조연부터 앙상블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한꺼번에 폭발시키려는 듯 최선을 다한다. 그 열정을 보는 즐거움이 무대의 단조로움, 결말의 단순하고 급한 전개 같은 사소한 단점은 덮고도 남는다. 공연은 4월 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