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능석 감독 "'미투'로 쑥대밭? 지역 연극 그래도 희망 있다"

  • 뉴시스

입력 : 2018.03.20 10:10

연극 '정크 클라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지역 연극계가 쑥대밭이 됐다. 일부 극단의 대표와 연출가가 성추문에 휩싸이며, 가뜩이나 수렁에 빠져 있는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남을 대표하는 44년 전통 극단현장의 고능석 예술감독은 20일 "지역 연극계에 덧씌워진 나쁜 이미지는 우리가 '아니다 아니라'라고 부인해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작업 중인 걸 열심히 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5~1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현장의 '정크, 클라운'은 지역 연극계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광대(Clown)들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견한 드럼통, 자전거핸들, 깨진 바가지, 찌그러진 냄비로 한바탕 노는 모습을 다룬다.

쓰레기는 순식간에 코끼리, 뱀, 닭 등의 동물은 물론 오토바이, 자동차, 경비행기 등으로 변한다.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순식간에 빠져든다. 덕분에 3일 동안 500석 극장이 매일 가득 찼다. '정크, 클라운'은 극단현장이 유아를 상대로 공연해온 '쿵쾅쿵쾅 고물 놀이터'를 마임이스트 고재경과 함께 발전시킨 작품으로 지난해 말 선보인 신작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마음껏 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고능석 감독) 작품이다.

고 감독은 "고재경 연출이 배우들에게 '나만 노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를 위해 마음껏 놀라'고 강조했다"면서 "그동안 묶어놓았던 놀고 싶은 욕망을 실현시켜줘 성인 관객도 좋아한다"고 봤다.

함양문화예술회관의 상주단체인 극단현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지원협의회(한지협)에서 주관한 '2017 지역협력형사업 우수사례 워크숍'에서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경남을 대표해 워크숍에 참가, 전국 17개 시·도를 대표하는 상주단체들과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벌였다. 심사위원 전원 동의로 최우수사례에 선정됐다. 작년부터 수상팀에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에서 공연기회가 부여, 이번에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지역 연극단체에게 대학로 공연장은 '꿈의 무대'다. 극단현장 역시 유능한 단체지만 서울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건 2년에 한번꼴. 그것도 연극 축제가 벌어지는 기간 이틀 정도다. 고 감독은 "이번 무대가 우리 극단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일부 서울 관객은 지역 극단을 왕왕 낮게 본다. 아마추어 극단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의 웬만한 극단 못지 않은 단체가 많다. 1974년에 설립된 극단현장은 정극을 포함한 아동극, 마임극, 뮤지컬 등 다양한 창작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연극놀이 전문가그룹 '놀이하는 이모네'의 문화예술교육활동, 지역문화예술축제 등을 제작하고 있다.

고 감독은 "우리는 상근단원만 10명이다. 연극으로 수익을 내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정기적으로 페이를 받는다. 4대 보험도 되고, 각 분야의 선생을 모셔서 꾸준히 훈련도 받는다"고 했다. 그는 "개발 중인 신작도 올해 안에 선보일 것"이라면서 "수준 있는 작품을 통해 지역 연극계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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