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대신 부패한 정치인·성직자…아이리시 '백조의호수'

  • 뉴시스

입력 : 2018.03.19 09:49

마이클 키간-돌란 '백조의 호수'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동화 속 왕자가 등장하지 않는 아이리시 감성의 '백조의 호수'가 오는 29~31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인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음악과 마리우스 프티파·레프 이바노프의 오리지널 안무의 인상이 짙다. 왕자와 백조·흑조를 연기하는 주역 무용수와 백조들을 연기하는 군무진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그러나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연출가 겸 안무가 마이클 키간-돌란이 연극, 춤, 라이브 연주를 결합해 만든 '백조의 호수'는 혁신적인 무용극이다.

각기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는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와 같다. 하지만 저주를 받아 백조가 된 네 자매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전설 '리어의 아이들'에서 따왔다. 여기에 주인공 지미의 캐릭터와 배경은 2000년 아일랜드를 떠들썩하게 한 '존 카티 사건(John Carthy Case)'을 토대로 한다. 농촌주택계획의 일부로 철거될 예정인 집에 살던 우울증 병력이 있는 카티가 경찰의 총에 사망한 사건이다.

이를 통해 마이클 키간-돌란의 '백조의 호수'는 아일랜드의 민족적 정서는 물론,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까지 담은 독특한 작품이 됐다.

배경은 아일랜드의 한 시골 마을. 주인공 지미는 직업도 희망도 없이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서른여섯 살의 우울한 남자다. 정부의 주택 공영화 정책으로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잃게 돼 실의에 빠진 그에게 백조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이리시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배경으로 정신질환과 사회적 고립, 음흉한 정치인들, 그리고 부패한 성직자로 가득 찬 아일랜드의 현실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2016년 10월 아일랜드 더블린 연극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11월 영국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극장에서 공연해 호평을 들었다.

아일랜드의 유명 영화배우 마이클 머피가 극을 이끌어간다. 그는 성직자, 정치인, 경찰 등 1인 5역을 맡는다. 극은 관객에게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세트가 전혀 없다. 텅 빈 무대 위에 사다리, 종이상자, 시멘트 벽돌, 검은 비닐 등 차갑고 볼 품 없는 도구들만 소품으로 등장한다. 무용수 8명은 '백조 피놀라' 등 배역을 맡아 연기와 춤을 함께 선보인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대신하는 것은 무대 위 3인조 밴드 '슬로우 무빙 클라우드'가 들려주는 사운드다.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흥겹고 서정적인 연주와 노래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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