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반복된 새김 넣자, 새로운 색이 입혀졌다

  • 아트조선

입력 : 2018.03.16 16:53 | 수정 : 2018.03.16 16:57

조용원 개인전 ‘나무에 새김, 色臨’
4월 13일부터 22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최

WAVE-CONFRONT_810x1240x90mm_760x1240x95mm_2018_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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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나무는 단순히 조각되는 피조물이 아니라 속에 감춰져 있던 본질을 드러내 우연의 미를 완성하게 도와주는 뮤즈입니다."
목공예가인 조용원 작가에게 나무는 재료가 아닌 그 자신을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내달 13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나무에 새김, 色臨' 개인전을 앞둔 조용원(54) 작가를 아트조선이 직접 만나봤다.

-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한다면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나무 고유의 패턴에 작가의 작업을 더해 새로운 패턴을 구성한 결과물이 주를 이룹니다. 회화 작업이 캔버스에 물감을 활용해 채색하는 것이라면, 나무라는 재료에 인간의 손길(Touch)을 더해 채색하는, 일종의 나무와 인간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나무 고유의 특성에 인간의 재구성을 반영해 새로운 패턴을 찾는 작업이지요."

WAVE-RED18_560x450x90mm_2018_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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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결(Wave)작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시도해왔습니다. 원래 물결은 무늬가 반복적으로 표현되면서 운동감이나 리듬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지요. 사실 이러한 결은 나무 자체에 내재돼 있어 그 자체로서 이미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하면서 약간의 손길을 통해 이러한 결이 극대화되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고, 이것이 주는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작업과정은 어떠한가.
"우선 물푸레나무를 직각 방향으로 절단한 다음 마구리 결이 위로 보이도록 정렬합니다. 이때 대칭이면서 반복되는 나뭇결의 패턴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패턴은 각각의 나무가 가진 고유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이후 정렬을 한 나무를 집성하고 새로운 패턴을 상상하며 결을 재조합 합니다. 바로 이 작업이 가장 예민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후 마구리 부분을 서로 접합시켜 새로운 패턴을 만들고 그 위에 조각을 새기기 시작합니다. 결을 하나하나 새기다 보면 본래 나무가 가진 결이 조각으로 인해 새로운 패턴으로 변신하게 되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절단한 나무를 접합 후 조각을 새기는 과정 중인 조용원 작가
절단한 나무를 접합 후 조각을 새기는 과정 중인 조용원

-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의미나 메시지는 무엇인가.
"나무 본연의 패턴이 인간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패턴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거창한 의미보다는 자연적으로 보이는 결과물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합니다. 엄청난 노동을 하고 시간을 들여 새롭게 조각을 하지만, 자연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것이 제가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이며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 수많은 반복과 노동력을 요구하는 작업을 계속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은 정적인 곳에서 동적인 특징이 나타나며, 반대로 동적인 동기가 정적인 곳에서 표현되기도 합니다. 정적인 특성과 동적인 특성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작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나무 등 소재를 고를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살피나.
"모든 나무는 각각 특성이 있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달리 선택해야 합니다. 모든 작가는 나무의 특성에서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으므로, 작품에 따라 나무의 특성과 작가의 목적을 잘 연결해야 합니다. 나무마다 특성이 다르듯이 나무에 따라 마감하는 방식도 다르죠. 저의 경우, 기존 나무에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알려진 것 이외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동원해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천에 염색하는 염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만년필 잉크를 이용하기도 하죠. 그리고 우연히 나타나는 결과로 새로운 색을 입히기도 합니다. "

WAVE-MOONLIGHT 2230x670x300 2009 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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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적인 가구 제작과 오브제 작업에 대한 경계가 있나.
"지금까지 특별히 상업적인 가구를 제작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굳이 상업적인 가구와 예술작업을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나서 나무를 가지고 다양한 오브제를 선보였죠. 그중 볼(Bowl) 작업은 나무처럼 보이지 않는 작품이었어요. 의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나무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결과물 중 하나였죠."

- 향후 계획과 함께 이번 전시를 통해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업의 방향성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일단 현재 진행하는 작업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작가는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에 대한 평가는 작품을 본 사람들이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은 나무의 고유한 특성을 변화시켜 무한한 선(線)을 새긴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입체적으로 조각된 나무는 작가가 직접 새긴 자연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둔다. '자연적이지 않은 것'과 '자연적인 것'의 관점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그는 노력은 이번 '나무에 새김, 色臨' 전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번 전시는 4월 13일부터 22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리며, 조용원 작가의 최근 작품을 포함해 20점 이상의 평면작품과 오브제가 소개된다.
한편, 작가는 1993년 서호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런던 사치 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영국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는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