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08 01:18
'히트작 제조기' 정혜진 감독 영입… 특급 스태프와 '궁:장녹수전' 올려
무용수들 사이로 날렵하게 움직이는 정혜진(59) 안무감독의 외침이 쩡쩡 울렸다. 며칠 전 서울 정동극장 공연단 연습실. 목소리가 높아지면 무용수 동작이 함께 격렬해졌다. "평생 무용과 공연만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동안 쌓은 것 다 쏟아부으려고요."
개관 23년 된 정동극장은 과거 정통 연극으로 주목받던 공연장. 2010년대 초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 음악·무용을 접목한 '넌버벌 퍼포먼스'를 주로 올리면서, 국내 관객에겐 되레 조금씩 잊혀 왔다. 그 정동극장이 변신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 감독을 초빙해 4월 초 개막하는 공연 '궁(宮):장녹수전'이 신호탄이다.
정 감독은 2012~15년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며 서울예술단을 공연계 화제의 중심으로 만든 인물. 그가 만든 '신과 함께' '윤동주, 달을 쏘다' '뿌리 깊은 나무' 작품은 흥행과 작품성 모두 후한 평가를 얻었고, 전통 가무극인데 뮤지컬 상도 여럿 받았다. 그가 정동극장에서 새 작품을 담금질하고 있다.
정 감독은 "요부(妖婦) 장녹수를 뛰어난 예인(藝人)으로, 폭군 연산군을 권력 투쟁의 희생자이자 장녹수와 예술로 소통했던 왕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권신(權臣)들은 상소문을 새긴 길고 흰 천으로 연산군의 몸을 옭아매며 군무를 추고, 장녹수는 북채를 잡아 격렬한 삼고무를 추며 맞선다. "살풀이춤, 검무, 교방춤, 부채춤 등 예기(藝妓)의 춤은 다 보여줄 거예요."
더 큰 기대를 하게 되는 건 특급 스태프 때문이다. 연출은 뮤지컬 '레드북'의 오경택, 무대는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명성황후'의 박동우, 영상 디자인은 뮤지컬 '서편제'의 정재진, 작가는 '운현궁 로맨스'의 경민선, 의상은 이호준 등 각 분야 고수들이 모였다. 가히 '공연계 어벤져스' 급이다. "오경택 연출은 디테일과 문제 해결 능력이 최고죠. 박동우 선생은 춤을 이해하고 무대를 비울 줄 아는 분이고. (정)재진씨는 전통 기반 문양을 새로 그리고 있어요. 최고의 스태프를 모으는 데 공들였던 서울예술단 시절 인연 덕이 컸어요."
정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앞세울 때 특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춤과 해학과 아름다움을 다 갖춘 장녹수, 요부와 예인의 두 얼굴 모두 미워할 수 없는 장녹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