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06 09:27
40~50대 남성 연출·배우에게 나르시시즘은 필연적으로 묻어난다. '꼰대'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때다. 하지만 배우 유준상(49)과 뮤지컬 연출가 왕용범(44)의 길의 결은 다르다.
유준상은 본인이 연출한 69분짜리 로드 무비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 속에서 스스로 꼰대가 돼 실제 젊은 음악 콤비와 호흡에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깨인 정신을, 보여준다.
왕용범은 '두 도시 이야기' '프랑켄슈타인' '로빈훗' '조로' 등 볼거리가 가득한 대형 뮤지컬에서도 민중을 중요하게 다루는 동시에 소모되고 쓸쓸해지는 영웅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성의 외롭고 적적함을 이야기하는 것, 두 사람의 교집합이자 시너지의 시작이다. 두 사람이 2009년 처음 의기투합한 뮤지컬 '삼총사'가 증명한다.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을 지키는 총사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달타냥'과 3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나온다.
삼총사가 달타냥을 도와 정의를 되찾는 '삼총사'는 오락 뮤지컬이다. 무엇보다 삶에서 외면 받은 이들이 힘을 합쳐서 어려움을 타개해나가는 장면이 쾌감을 안겼다. 초연 당시 흐름이던 사랑, 역사,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우정을 다뤄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본래 체코 뮤지컬이지만 왕 연출이 극본을 새로 다시 쓴 재창작에 가깝다. 유준상은 삼총사의 리더로 전설적인 검술의 소유자 '아토스'를 연기했는데, 초연 당시 왕 연출이 그에게 구애하다시피 해 배역을 맡겼다.
'삼총사' 10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앞두고 최근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아낌 없이 드러냈다.
왕 연출은 "지금도 그렇지만 유준상 선배님은 당시에는 만나보기 힘든 스타였다"면서 "'아토스' 역을 다리 길고 멋있는 남자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선배님이 출연하신 '더 플레이'를 보고 출연을 부탁드렸었다"고 떠올렸다.
"제가 서른다섯에 '삼총사'를 연출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제가 선배님 같은 배우였더라도 초짜 연출가가 수십억 프로젝트 의자에 앉아 있다면 쉽게 믿지 않았을 겁니다. 선배님 마음 씀씀이가 무엇보다 크세요. 솔선수범의 태도 역시 대단하죠. '삼총사'의 우정이라는 주제가 선배님 덕분에 살아났고 덕분에 10년 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유준상은 왕 연출이 뮤지컬의 1막 동선을 스스로 짜 와서 다 보여준 것이 놀라웠다고 돌아봤다. 연극 무대에 애정을 갖고 있던 그는 연출, 다른 배우들과 함께 의논을 해서 동선을 설정하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유준상은 "처음에는 의심이 생겼어요. 하지만 연출님이 한 대로 움직이니, 다 맞더라"면서 "당시에는 첫 경험이라 놀랐는데 '이 연출자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다른 배우들에게도 이야기 했어요. '이 연출자를 믿자고'요"라고 기억했다.
'삼총사'는 오는 16일부터 5월27일까지 한전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초연 10년을 기념해 4년 만에 유준상을 비롯 원년 멤버들이 뭉치는 것이다. 이 뮤지컬을 통해 결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뮤지컬배우 프로젝트 그룹인 '엄유민법'이 모두 나온다. 달타냥 엄기준, 아토스 유준상, 아라미스 민영기, 포르토스 김법래다.
이후 유준상과 왕 연출은 '삼총사'를 시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흥행과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형 뮤지컬로 단단한 시너지를 과시했다.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지만 왕 연출은 유준상을 선배님으로 깍듯이 대하고, 유준상은 왕 연출을 부를 때 항상 '님'을 붙인다.
왕 연출은 "유준상이라는 배우 존재 자체가 제게는 복"이라면서 "서로를 믿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선배님과는 한번도 안 싸웠다. 갈등이 있어도 신뢰 속에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사실 왕 연출은 이번에 '삼총사' 합류가 어려웠다. '프랑켄슈타인' 재공연과 '벤허'의 해외 공연 등의 일정을 짜느라 빡빡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준상이 '삼총사' 10년이니 해야 한다며 3개월을 설득했다고 했다.
그는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왕 연출님에게 많이 배웠어요. '프랑켄슈타인' '벤허'를 하면서 저를 많이 반성했고 매일 울었다"면서 "연출님 작품으로 인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 삶을 돌아보게 됐죠. 이번에 또 다시 '삼총사'를 만났을 때 느낌이 달라졌어요. 왕 연출님과 꼭 하고 싶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준비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왕 연출은 현재 공연 중인 작품에서, 배우들에게 다음 작품 러브콜을 보냈다. 그가 최근작인 '벤허' 도중 유준상에게 제안한 건 이탈리아의 정치가 겸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신곡'.
삶의 한 가운데서 길을 잃은 '단테'가 어두운 숲속에서 마주친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단테가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경험하면서 신에게 반항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왕 연출은 '신곡'이 '신(神)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고자 한 남자', ‘벤허'는 신을 만난 남자의 이야기였다면, '신곡'은 신을 죽여야 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유준상이 '신곡'에 출연하게 되면 왕 연출의 '신 3부작'에 모두 출연하게 된다. 왕 연출은 "'신곡'을 올리는데 3년이 걸릴 거 같아요, 선배님과 멋지게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삼총사'는 왕 연출이 자신의 아버지를 보면서 쓴 작품이다. IMF 당시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망했는데, 그 문제를 지인들과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삼총사는 한물 간 기사들이에요. 언뜻 보면 건달 같기도 하죠. 그랬던 사람들이 정말 큰 일이 생겼을 때 힘을 합쳐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처럼 현재 등한시되는 힘 잃은 가장들이 그 때의 영웅들처럼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왕 연출이 자신의 연출 인생 마지막으로 작품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올리고 싶어 하는 '노인과 바다' 역시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바다와 싸우는 노인의 이야기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1인 대극장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고, 주인공으로 유준상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왕 연출은 "유준상에게 팔순 잔치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노인과 바다'를 하기로 약속했다"고 웃었다. "그 작품까지 함께 하고 세상을 떠나면 좋겠어요. 너무나 훌륭한 배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인연이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유준상은 "왕 연출이 어떤 표정으로 작품을 바라볼 지 항상 궁금하다"면서 "내가 나이가 많지만, 나이를 떠나서 항상 신뢰하고 존경하는 연출님이다. 집에서 자랑을 많이 하도 많이 했더니, 아내(배우 홍은희)가 '왕용범 연출님과 둘이 살아' 할 정도"라고 웃었다. 왕 연출은 "제 아내(뮤지컬배우 서지영)도 마찬가지"라고 껄껄댔다.
유준상은 본인이 연출한 69분짜리 로드 무비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 속에서 스스로 꼰대가 돼 실제 젊은 음악 콤비와 호흡에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깨인 정신을, 보여준다.
왕용범은 '두 도시 이야기' '프랑켄슈타인' '로빈훗' '조로' 등 볼거리가 가득한 대형 뮤지컬에서도 민중을 중요하게 다루는 동시에 소모되고 쓸쓸해지는 영웅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성의 외롭고 적적함을 이야기하는 것, 두 사람의 교집합이자 시너지의 시작이다. 두 사람이 2009년 처음 의기투합한 뮤지컬 '삼총사'가 증명한다.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을 지키는 총사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달타냥'과 3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나온다.
삼총사가 달타냥을 도와 정의를 되찾는 '삼총사'는 오락 뮤지컬이다. 무엇보다 삶에서 외면 받은 이들이 힘을 합쳐서 어려움을 타개해나가는 장면이 쾌감을 안겼다. 초연 당시 흐름이던 사랑, 역사,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우정을 다뤄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본래 체코 뮤지컬이지만 왕 연출이 극본을 새로 다시 쓴 재창작에 가깝다. 유준상은 삼총사의 리더로 전설적인 검술의 소유자 '아토스'를 연기했는데, 초연 당시 왕 연출이 그에게 구애하다시피 해 배역을 맡겼다.
'삼총사' 10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앞두고 최근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아낌 없이 드러냈다.
왕 연출은 "지금도 그렇지만 유준상 선배님은 당시에는 만나보기 힘든 스타였다"면서 "'아토스' 역을 다리 길고 멋있는 남자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선배님이 출연하신 '더 플레이'를 보고 출연을 부탁드렸었다"고 떠올렸다.
"제가 서른다섯에 '삼총사'를 연출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제가 선배님 같은 배우였더라도 초짜 연출가가 수십억 프로젝트 의자에 앉아 있다면 쉽게 믿지 않았을 겁니다. 선배님 마음 씀씀이가 무엇보다 크세요. 솔선수범의 태도 역시 대단하죠. '삼총사'의 우정이라는 주제가 선배님 덕분에 살아났고 덕분에 10년 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유준상은 왕 연출이 뮤지컬의 1막 동선을 스스로 짜 와서 다 보여준 것이 놀라웠다고 돌아봤다. 연극 무대에 애정을 갖고 있던 그는 연출, 다른 배우들과 함께 의논을 해서 동선을 설정하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유준상은 "처음에는 의심이 생겼어요. 하지만 연출님이 한 대로 움직이니, 다 맞더라"면서 "당시에는 첫 경험이라 놀랐는데 '이 연출자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다른 배우들에게도 이야기 했어요. '이 연출자를 믿자고'요"라고 기억했다.
'삼총사'는 오는 16일부터 5월27일까지 한전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초연 10년을 기념해 4년 만에 유준상을 비롯 원년 멤버들이 뭉치는 것이다. 이 뮤지컬을 통해 결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뮤지컬배우 프로젝트 그룹인 '엄유민법'이 모두 나온다. 달타냥 엄기준, 아토스 유준상, 아라미스 민영기, 포르토스 김법래다.
이후 유준상과 왕 연출은 '삼총사'를 시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흥행과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형 뮤지컬로 단단한 시너지를 과시했다.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지만 왕 연출은 유준상을 선배님으로 깍듯이 대하고, 유준상은 왕 연출을 부를 때 항상 '님'을 붙인다.
왕 연출은 "유준상이라는 배우 존재 자체가 제게는 복"이라면서 "서로를 믿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선배님과는 한번도 안 싸웠다. 갈등이 있어도 신뢰 속에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사실 왕 연출은 이번에 '삼총사' 합류가 어려웠다. '프랑켄슈타인' 재공연과 '벤허'의 해외 공연 등의 일정을 짜느라 빡빡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준상이 '삼총사' 10년이니 해야 한다며 3개월을 설득했다고 했다.
그는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왕 연출님에게 많이 배웠어요. '프랑켄슈타인' '벤허'를 하면서 저를 많이 반성했고 매일 울었다"면서 "연출님 작품으로 인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 삶을 돌아보게 됐죠. 이번에 또 다시 '삼총사'를 만났을 때 느낌이 달라졌어요. 왕 연출님과 꼭 하고 싶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준비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왕 연출은 현재 공연 중인 작품에서, 배우들에게 다음 작품 러브콜을 보냈다. 그가 최근작인 '벤허' 도중 유준상에게 제안한 건 이탈리아의 정치가 겸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신곡'.
삶의 한 가운데서 길을 잃은 '단테'가 어두운 숲속에서 마주친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단테가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경험하면서 신에게 반항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왕 연출은 '신곡'이 '신(神)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고자 한 남자', ‘벤허'는 신을 만난 남자의 이야기였다면, '신곡'은 신을 죽여야 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유준상이 '신곡'에 출연하게 되면 왕 연출의 '신 3부작'에 모두 출연하게 된다. 왕 연출은 "'신곡'을 올리는데 3년이 걸릴 거 같아요, 선배님과 멋지게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삼총사'는 왕 연출이 자신의 아버지를 보면서 쓴 작품이다. IMF 당시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망했는데, 그 문제를 지인들과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삼총사는 한물 간 기사들이에요. 언뜻 보면 건달 같기도 하죠. 그랬던 사람들이 정말 큰 일이 생겼을 때 힘을 합쳐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처럼 현재 등한시되는 힘 잃은 가장들이 그 때의 영웅들처럼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왕 연출이 자신의 연출 인생 마지막으로 작품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올리고 싶어 하는 '노인과 바다' 역시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바다와 싸우는 노인의 이야기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1인 대극장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고, 주인공으로 유준상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왕 연출은 "유준상에게 팔순 잔치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노인과 바다'를 하기로 약속했다"고 웃었다. "그 작품까지 함께 하고 세상을 떠나면 좋겠어요. 너무나 훌륭한 배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인연이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유준상은 "왕 연출이 어떤 표정으로 작품을 바라볼 지 항상 궁금하다"면서 "내가 나이가 많지만, 나이를 떠나서 항상 신뢰하고 존경하는 연출님이다. 집에서 자랑을 많이 하도 많이 했더니, 아내(배우 홍은희)가 '왕용범 연출님과 둘이 살아' 할 정도"라고 웃었다. 왕 연출은 "제 아내(뮤지컬배우 서지영)도 마찬가지"라고 껄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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