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욕망 억제 못했다" 이윤택 공개사과

  • 이태훈 기자
  • 밀양=정치섭 기자

입력 : 2018.02.20 03:09

성추행 파문, 연희단거리패 해체… 李氏 "폭력은 없어" 성폭행 부인

19일 오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자신의 과거 성폭력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머리 숙이고 있다.
19일 오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자신의 과거 성폭력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머리 숙이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성추행 사실이 잇따라 폭로된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법적 처벌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공개 사과했다. 연희단거리패는 이날 "극단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창단 32주년을 맞은 한국 연극계 대표 극단 중 하나가 예술감독의 성추행 파문으로 하루아침에 문 닫게 된 것이다.

이윤택은 이날 오전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당사자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는데 번번이 제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큰 죄를 짓게 됐다"며 극단 단원들과 연극계 선후배에게 사죄했다. 그는 "어떨 때는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고, 어떨 때는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악순환이 계속됐다"고도 했다. 그는 안마를 핑계로 단원을 숙소로 부르거나 발성 연습을 시킨다며 추행한 일 등은 대체로 인정했다. 하지만 성폭행에 대해선 "폭력적 방법으로 강제하지 않았다. 차라리 법적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부인했다.

연희단거리패 김소희(48) 대표는 이날 회견 뒤 "논의 끝에 우리(연희단거리패)는 없어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감독에게 항의해 단원 앞에서 공개 사과하게 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결함 있는 선생이지만 안에서 고쳐보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내 책임"이라며 "피해자가 다 우리 식구였다. 더 좋은 연극 보여 드리는 것만 생각하느라 정작 식구들 상처를 돌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자는 대부분 연희단거리패 소속 혹은 객원으로 공연한 이들이다. 김 대표는 "젊은 배우들에게 연희단거리패 경력이 굴레가 되게 할 수는 없다. 30스튜디오 등 극장도 모두 팔아 공연하느라 진 빚을 갚는 데 쓰겠다"고도 했다. 1986년 부산에서 이윤택을 중심으로 창단된 연희단거리패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전통극을 자유롭게 재해석하고, 우리 굿판의 신명을 바탕으로 곡예에 가까운 말과 몸짓의 기교를 결합시키며 독자적 연극을 개척해온 극단이다.

이날 서울연극협회, 사단법인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등은 이윤택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경남 밀양시도 이날 이윤택 주도로 밀양연극촌 관리·운영을 맡아온 '사단법인 밀양연극촌'과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