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10 03:01
[한국 뮤지컬 글로벌 진출 새 단계]
日 수출된 '마타하리' 연일 매진
'킹키부츠' 투자 성공한 미국에선 내년 '어거스트 러시' 제작 승부수
"'그래, 우리라도 살 수밖에 없는 뮤지컬을 만들자!' 그게 결론이었어요." 1~2월 일본 오사카와 도쿄에서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마타하리'. 실은 우리가 만들어낸 창작 뮤지컬 수출품이다. 오사카 우메다 예술극장에 이어 도쿄 국제포럼 C홀에서도 매회 1500여석을 꽉꽉 채우며 순항 중. 우리 대극장 무대 성공작이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돼 또 흥행한 것이다. 제작사 EMK 김지원 부대표는 "처음부터 수출되는 뮤지컬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우리 뮤지컬 글로벌 진출이 새 단계로 올라서고 있다. '마타하리'는 창작 뮤지컬 수출 잠재력을 증명한 사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서 2000회, 한국서 200회 공연을 돌파한 '킹키부츠'와 내년 미국 데뷔를 앞둔 '어거스트 러시'는 브로드웨이 직접 투자와 제작 가능성을 연 사례다. 제작비는 치솟는데 성장은 정체된 우리 뮤지컬 산업이 찾아낸 글로벌 진출의 새 활로다.
◇日수출 '마타하리' 흥행 행진
우리 뮤지컬 세계 진출 첫 단계는 '명성황후' '영웅' 등 한국적 대작의 해외 투어였다. 미국 등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뒀지만 장기 공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그 뒤에 소극장 창작 뮤지컬 차례였다. '빨래' 등 작품이 일본이나 중국 라이선스 판매와 투어 공연으로 성가를 올렸던 것. '마타하리'는 이제 그다음 단계다. 2012년 개발에 착수하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에게 음악을,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에게 극본 개발을 맡겼다. "2016년 초연은 디즈니 뮤지컬을 했던 연출가에게 맡겨 가벼운 쇼 느낌이 강했죠. 2017년 재공연 땐 연출자를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 출신으로 바꾸고, 대본도 크게 수정해 훨씬 센 이야기로 만들었어요. 그 모험이 일본 공연 관계자들에게 통한 겁니다."'마타하리' 공연은 우리가 음악과 대본을 수출하고 제작은 일본 파트너에 맡기는 방식. EMK 김 부대표는 "그동안 해외 원작사 승인만 받았는데, 뮤지컬 강국 일본 제작진의 의견을 받아 우리가 승인해주는 기분도 짜릿하더라"고 했다.
◇美브로드웨이 내부에서 직접 공략

'마타하리'가 일본 등 아시아를 기반으로 유럽과 그 너머 뮤지컬 본고장 영국·미국을 겨냥한다면 '킹키부츠'는 거꾸로 미국 브로드웨이 속으로 들어가 직접 공략하려는 노력의 시발점이다. 킹키부츠는 CJ E&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지난달 역대 브로드웨이 뮤지컬 매출 순위 17위에 올랐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세 번째 공연에 들어간 한국 킹키부츠도 흥행 순항 중. 이 성과를 바탕으로 CJ E&M은 메인 프로듀서로 제작 중인 뮤지컬 '어거스트 러시'를 내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린다. 뉴욕에서 실무를 맡아온 최윤하 과장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투자·제작은 그들 속으로 들어가 신뢰를 얻고 '피와 살을 섞자'고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한국에서 킹키부츠 공연을 올릴 땐 간섭이 심했지만, 우리 제작 능력과 공연 품질을 확인한 뒤엔 브로드웨이 파트너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단순 투자자에서 오래 함께 갈 사업 파트너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 브로드웨이에서 만든 우리 라이선스 작품을 전 세계에서 공연하는 것도 꿈 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