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모 "올해 한국서 활발한 활동"…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 뉴시스

입력 : 2018.01.09 10:21

연주 선보이는 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
클래식음악계에서는 올해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3)의 해가 될 것이라는 호언장담이 떠돈다. 그는 지난 2015년 한국 국적자 최초로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국 무대가 유독 드물었던 탓에 그 해 역시 세계적인 콩쿠르를 휩쓴 피아니스트 조성진(24·쇼팽 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3·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에 비해 대중적인 주목도는 덜했다.

일부에서는 실존 인물이 아닌 '2D 캐릭터'가 아니냐는 농도 나왔다. 하지만 '파가니니 국제콩쿠르' 결선에서 난곡으로 유명한 파가니니 협주곡 1번을 힘들이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해내는 그의 모습을 본 뒤 그를 '인모니니'로 부르는 마니아가 생겨났다.

이들 사이에서 양인모 한국 공연 티켓은 인기 아이돌 그룹 콘서트 티켓만큼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파가니니 국제콩쿠르는 세계 권위의 바이올린 대회로 우승자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양인모는 2006년 이후 9년 만에 탄생한 우승자였다. 그런 양인모가 올해 국내 팬들을 자주 만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금호아트홀이 여섯 번째 올해의 상주음악가로 양인모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는 피아니스트 김다솔,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과 조진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첼리스트 문태국 등 이 무대를 발판 삼아 클래식음악계 중심으로 나간 준비된 젊은 클래식 인재들의 요람으로 통한다.

8일 오전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인모는 "작년 12월에 학부를 졸업했는데 그 전까지는 학교일정 때문에 한국에 자주 오지 못했다"면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상주음악가가 돼 한국에 자주 올 수 있어 기쁘다. 이번 달 안에 제 웹사이트를 만들어 사진도 많이 올리고 SNS도 활발히 할 것"이라고 웃었다.

양인모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로 처음 금호아트홀 무대에 올랐다. 이후 2013년 무네츠구 엔젤 바이올린 콩쿠르 2위, 2014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빅토르 엘마레 콩쿠르 1위, 메뉴인 국제 콩쿠르 2위 등으로 주목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으며 미국으로 유학,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명 바이올리니스트 미리암 프리드를 사사하며 학사를 마쳤다. 현재 같은 학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학 중이다.

스스로도 국내에 자신을 알리는데 소홀했다고 웃으며 인정한 양인모는 지난해 5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서울시향과 협연할 당시 인터미션에 로비로 나갔다 팬들에 둘러싸여 끊임없이 함께 사진을 찍어야 하기도 했다.

양인모의 매력은 평소 활발한 남동생 같은 귀여움을 드러내다가도 무대 위에 올라가면 아무렇지 않게 어려운 연주도 척척해내는 집중력에 있다.

그는 연주할 때마다 항상 청중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일단 청중이 있다고 생각하면 연주할 때 형성되는 마음가짐이 있다. 제가 무대에 서 있는 이유를 생각하게 되고. 아무래도, 음악을 전달하는 입장이다 보니 음악의 메시지가 추상적이더라도 전할 수 있는 메시지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양인모와 금호아트홀이 함께 선정한 올해 다섯차례 상주음악가 프로그램도 메시지가 분명하다. 우선 오는 11일 열리는 '2018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에 피아니스트 홍사헌이 함께 하는 가운데 힌데미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소나타 등을 들려준다.

특히 5월3일 공연은 올해 전체 클래식 라인업 중에서도 기대작으로, 파가니니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를 연주한다.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는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풍설을 믿게 할 만큼 신적인 연주기교가 총 망라 된 작품이다.

양인모 역시 이 무대는 본인에게 크나큰 도전이라고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한 자리에서 24개를 연주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주하기에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다."

6월21일에는 지난해 상주음악가인 첼리스트 문태국,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벤킴과 함께하는 피아노 삼중주 공연을 선보인다. 양인모와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함께 수학하며 친분을 다닌 문태국은 이날 응원온 자리에서 "제가 아는 사람 중 진중한 남자를 뽑는다면 양인모"라면서 "점잖고 뛰어난 아티스트"라고 치켜세웠다.

9월6일에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하는 클라리넷 삼중주 공연으로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매치 포인트(Match Point)'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11월15일 무대에서는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야 그린골츠와 팽팽한 연주대결을 펼친다. 양인모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주셨던 그린골츠의 바이올린 듀오 음반을 무척 즐겨 들었다고 한다.

짧은 새끼손가락과 각진 엄지손가락을 갖고 있는 동시에 왼손이 길다는 양인모는 파가니니 같은 심한 기교의 곡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고 했다.

양인모는 "파가니니에 대한 첫 기억은 일곱 살 때 쯤 이모가 사주신 파가니니 카프리스 앨범"이라면서 "나도 언제가 연주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들었다. 바이올린에서 그런 소리와 속도라 나올 수 있는지 몰랐고 신기했다. 압도당했다기보다는 연주를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웃었다. "이후 파가니니를 꾸준히 연습을 해왔다. 의기소침해진 적은 없다."

양인모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얼터너티브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철학적인 가사로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특수효과처럼 느껴지는 새로운 소리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라디오헤드 대표작인 정규 3집 '오케이 컴퓨터(OK Computer)'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다.

1997년 5월 21일 발매된 'OK 컴퓨터'는 라디오헤드의 상징작이자 록 음악의 가능성을 탐구해나간 사운드 실험의 결정판으로 통한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2015년에 이 앨범을 "문화적, 역사적, 미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밝히며 국가적 녹음 기록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라디오헤드 같은 사운드의 곡을 작곡하는 것이 취미라는 양인모는 젊은 음악가답게 자유분방함도 매력이다. 지난해에 보스턴 학교 앞에서 룸메이트인 피아니스트와 함께 버스킹을 펼쳐 30분 동안 우리 돈으로 3만원을 벌기도 했다.

양준모는 "길거리에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어 연주했고, 바이올린 케이스는 미처 닫지 못한 것인데 사람들이 지폐 몇장을 넣어주시더라"고 했다. "예전에 한국 예술의전당 근처에서 친구들과 함께 앙상블 형태로 길거리 공연을 하기도 했다. 바깥에서 공연하니까 신선하더라. 또 공연을 하게 된다면 사람 많은 곳에서 하고 싶다."

이날 기자회견은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채팅 창을 통해 한 팬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는지 물었다. 양인모는 "클래식음악은 아니다. 근데 연인 사이에는 정적, 침묵이 제일 좋은 거 아니냐"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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