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 12년 만에 서울시향 떠난다...왜?

  • 뉴시스

입력 : 2018.01.02 10:26

진은숙
작곡가 진은숙(57)이 12년 동안 상임작곡가로서 몸 담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떠났다.

진 작곡가는 2일 '작곡가 진은숙 서울시향 떠납니다'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내고 "제가 지난 2006년 부터 몸 담았던 시향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에서 잠시 공연기획자문역도 맡았던 진 작곡가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분들께서 제가 시향에서하는 일과 저의 작곡가로서의 활동을 성원하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진 작곡가는 지난해 11월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프로그램 '아르스 노바'와 베를린 필 내한공연 때 서울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 됐다고 전했다. 진 작곡가는 "12년이라는 시간을 국내에서 활동했지만 정작 음악 애호가 여러분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었던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제가 아르스 노바를 통해 또 공연기획 자문역으로 만든 프로그램들이 제가 여러분들께 보내는 음악적 메시지라 생각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자신이 가르쳐왔던 마스터클래스의 학생들이 눈에 밟히고 그들에게도 지난 마스터 클래스가 자신과 만나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리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진 작곡가는 작곡가가 되는 길은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이라고 털어놓았다. 후배들에게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역경을 헤치고 나가 진정한 창작인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진 작곡가는 그러면서 "저는 작곡가로 일해오면서 항상 제 자신의 부족함을 느껴왔고 그것 때문에 많은 자책을 해왔다"면서 "이제부터는 더욱 더 창작활동에 몰두해 좀 더 나은 작품을 쓰기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985년 독일로 유학길에 올랐던 진 작곡가는 약 20년 만인 2006년 서울시향을 통해 다시 한국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르스 노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클래식업계에 낯설었던 현대음악을 친숙하게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박현정 전 대표 이사의 갈등 등 서울시향 안팎의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서울시향을 지켜왔다.

진 작곡가는 "이제 서울시향을 떠남으로서 국내활동을 접으면 언제 다시 돌아갈지 알 수 없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음악계를 위해서 일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서울시향이 탄탄한 미래를 다져나가는데 여러분들깨서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진 작곡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다. 2005년 아놀드 쇤베르크상, 2010년 피에르 대공 작곡상, 2012년 호암상, 지난해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세계 최대의 음악출판사 부시 앤 혹스(Boosey & Hawkes)에서 독점 출판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세계 정상급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진은숙이 베를린 필하모닉 재단의 위촉을 받은 '코로스 코르돈'(Choros Chordon·현의 춤)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진 작곡가는 현재 거주지인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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