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크리스마스가 되면 찾아오는 장난감 인형

  • 최보윤 기자

입력 : 2017.12.22 04:00

[호두까기 인형] 볼쇼이 버전 국립발레단

그리가로비치의 재해석
무용수, 무대장치로 연출
생생한 차이콥스키 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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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쥐들과의 전투에 승리한 왕자와 마리가 기뻐하며 환희를 나누는 2막 중 ‘꽃의 왈츠’ 장면./국립발레단·유니버설 발레단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공연. 바로 '호두까기 인형'이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이 1816년에 쓴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 원작으로 크리스마스 전날 밤 어린 소녀 마리가 삼촌 드로셀마이어에게 장난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은 뒤 꿈속에서 벌어지는 모험과 낭만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와 함께 고전 발레를 대표하는 명작이자, '떴다 하면 매진'인 공연계 최대 히트 상품이기도 하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등을 비롯해 여러 발레단이 연말을 맞아 무대에 올린다. 발레단 개성에 맞게 버전을 달리해 비교하며 골라 보는 재미도 있다.

웅장하고 입체적인 볼쇼이 버전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이 2000년부터 예술의전당과 함께 선보인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을 33년간 이끈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원작을 재해석한 버전을 택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25일까지 공연한다.

독특한 무대장치와 예술성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이번 작품에서 무용수를 무대장치처럼 보이게 연출한다. 24명의 발레리나가 출연하는 '눈송이 왈츠'가 대표적. 천장에서 떨어지는 흰 콘페티(종잇조각)는 웅장함을 더해준다. 높은 점프와 고난도 회전, 여자 악마와 남자 악마의 깜찍한 춤은 언제나 관객의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원작 발레에서는 평면적인 인물로 묘사된 드로셀마이어를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話者)로 설정했다. 1막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가면을 쓰고 등장한 마리의 대부 드로셀마이어는 신비롭고 범상치 않은 마법을 가진 인물로 재탄생됐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거대하게 키우고, 각국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고, 와이어로 무대를 날아다니며 극을 이끌어 간다.

박슬기·김지영·박예은·김리회·신승원 등 국립발레단 간판 무용수들이 번갈아 '마리'로 무대에 선다.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이 오케스트라 실황 반주로 공연되는 것도 체크!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임지휘자인 제임스 터글이 지휘를 맡았으며, 반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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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발레단이 선보이는 ‘호두까기 인형’의 다채로운 장면들./국립발레단·유니버설 발레단
정교하고 화려한 마린스키 버전 유니버설 발레단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바실리 바이노넨이 마린스키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작품을 기본으로 한다. 유니버설 3대 예술감독이었던 로이 토비아스와 유병헌 예술감독이 각색했다. 1986년 초연 이후 매년 매진을 기록했다.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눈송이의 왈츠'는 마린스키 스타일다운 화려함으로 무장했다. 흰색 튀튀(여성 발레 의상)를 입은 무용수 20여 명이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면서 역동적인 군무를 보여준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의 또 다른 특징은 주인공의 배역에 있다. 원작 그대로 1막은 어린 무용수가, 1막 후반부터 마법에 의해 아름답게 성장한 성인 무용수를 등장시킨다. 어린 무용수를 육성해 주인공으로 발탁하기 위해 부설 교육기관인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와 줄리아 발레아카데미에서 매년 오디션을 한다. 솔로 춤은 물론 드로셀마이어와의 2인무를 소화한다. 유니버설의 솔리스트 홍향기가 2002년 어린 주인공으로 발탁된 뒤 탄탄한 춤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김나은을 비롯해 올해 이 작품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하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수석무용수 나탈리아 쿠쉬가 눈길을 끈다. 타고난 라인과 연기력으로 유럽 무대서 호평을 받아왔다. 재일교포 출신의 성사미의 주역 데뷔도 화제. 국내 최연소 주역인 김유진(16)이 발탁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 외에 루마니아 국립시비우발레단은 하남문화재단 기획 초청으로 22~23일 경기 덕풍동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장선희발레단(예술감독 장선희)은 22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 인 서울(in Seoul)'을 무대에 올린다. 원작 동화의 배경을 서울로 옮겼다.

이원국발레단은 22일부터 24일까지 도봉구민회관 대강당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리고 30일까지 방이동 KBEC 발레시어터에서는 이 작품을 해설을 곁들인 '말하는 발레'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