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기증"… 또 소송 휩싸인 김흥수 화백 110억원대 遺作

  • 김윤덕 기자

입력 : 2017.12.21 01:30

미술관 건립 위해 기증한 70여 점… 재단 측 "조건 없는 기증이었다"

김흥수 화백
'나부군상' 등 여성 누드와 '하모니즘 회화'의 창시자로 유명한 서양화가 김흥수(1919~2014·사진) 화백의 유작(遺作)이 또다시 법정 소송에 휩싸였다. 이미 한 차례 소송을 통해 지난해 5월 진여불교재단으로부터 반환받은 김 화백의 유작 70여 점으로, 국세청 추산 110억원대에 이르는 규모다.

김 화백의 유족은 되찾은 작품을 같은 해 9월 한올재단에 기증했다. 기증된 작품에는 '꿈'(1970~1973), '모린의 나상'(1977), '두 여인'(1982), '전쟁과 평화'(1986) 등 하모니즘 화풍을 대변하는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장남 김용환(73)씨는 2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올재단이 아버지 존함을 내건 미술관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해 기증한 것인데, 미술관 건립 약속은 이행하지 않고 기증받은 유작들을 이미 5억원 넘게 매각해 다른 용도로 쓰고 있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사기와 횡령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올재단 측은 "애당초 조건이 없는 기증이었다"고 주장했다. "거액(48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유족의 적극적 요청에 따라 증여 계약을 한 것으로 재단은 여전히 김흥수 기념미술관을 건립할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맞섰다. 상속세 관련 주장에 유족 측은 "상속받은 그림들을 처분하면 충분히 상속세를 납부할 수도 있었지만 김흥수 미술관을 세워 영구히 전시할 수 있기를 희망해 작품을 기증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올재단 A이사장은 이날 반박문을 통해 "재단의 명예가 심하게 훼손돼 더 이상 이사장 직분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사장직을 내려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