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 끝없는 '햄릿'… 배경지 덴마크도 다녀왔어요"

  • 최보윤 기자

입력 : 2017.12.08 03:01

뮤지컬 '햄릿…' 배우 고은성

뮤지컬 팬이라면 '홍광호'란 이름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3년 전 뮤지컬 본고장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하며 폭발적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떴다' 하면 '매진'이란 글자가 따라붙는다. 이런 스타와 공동으로 주연을 맡게 된 이의 부담은 적지 않다. 까마득한 후배에다 홍광호를 '모델' 삼아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연출 아드리안 오스먼드)'에서 홍광호와 함께 '햄릿'에 캐스팅된 배우 고은성(27). 공연 뒤 만난 그는 앳된 표정이지만 자신감에 넘쳤다. "홍 선배님은 퍼펙트죠. 비교 불가예요. 선배의 존재 자체가 제겐 배움인걸요. 오로지 이 복잡한 심경의 햄릿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햄릿이 선왕의 복수를 다짐하는 ‘복수를 해다오’ 장면을 노래하고 있는 고은성.
햄릿이 선왕의 복수를 다짐하는 ‘복수를 해다오’ 장면을 노래하고 있는 고은성. /CJ E&M

고은성이란 이름이 대중에 알려진 건 지난해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유명 가수 아이비의 남자 친구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1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한 7년 차 배우. "깜짝 스타, 반짝 스타라는 분들 많은데 10년 전 뮤지컬에 뛰어들어 한길만 파고들었어요. 주변에서 '기술 배워라' '취직해라' 하며 뜯어말리기도 했죠. 하지만 저는 사랑이든 일이든 못 해낼 것 같으면 아예 도전을 안 해요. 꽂히면 무조건 해내죠."

덕분에 '햄릿'을 선택해야 하는 관객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믿고 보는' 홍광호 못지않게 고은성이란 카드 또한 이번 작품의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햄릿: 얼라이브'에서 고은성은 다소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허스키하면서도 강한 목소리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렁그렁해지는 눈빛은 모성애를 자극하며 중년 여성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아들 삼았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셰익스피어 원작이지만,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오스먼드 연출은 현대 배경으로 각색해 심리적 거리감을 줄였다. 고은성은 "연극은 물론 멜 깁슨 주연의 고전적인 햄릿에서부터 에단 호크 주연의 현대적 배경 햄릿 영화 등 있는 대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의 배경인 덴마크까지 다녀오며 캐릭터 연구를 했다. "연출가께서 햄릿이란 캐릭터는 작품을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구덩이라 답을 못 내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했는데 연기할수록 그 말이 와닿아요. 구덩이를 파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매일 고쳐나가며 정체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