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사진 찍던 작가, 우리 塔에 빠지다

  • 뉴욕=김덕한 특파원

입력 : 2017.12.06 04:34

뉴욕서 석탑 사진전 연 양현모

/김덕한 기자
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터 위키저 갤러리'. 아무런 배경 없이 오로지 검은 바탕 앞에서 촬영된 한국 석탑 사진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탑을 찍는 사진작가' 양현모(54·사진)씨가 뉴욕에서 첫 해외 전시회에 나섰다.

패션·인물 사진 전문으로 특히 광고업계에서 스타 사진작가로 통했던 그는 7년 전부터 사람 대신 석탑을 찍는 사진작가로 '전향'했다. 한국 석탑이 가진 조형미에 매료됐고, 마감 시간에 쫓겨 허덕이며 작품을 찍어내야 하는 패션·광고 사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첫 해외 전시에 나선 건 이제 그가 재조명한 한국 탑의 조형미를 세계무대에서 확인받을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석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상징 이미지 중 하나입니다. 1000여 년 전 만들어진 우리 탑의 완벽한 비례미, 섬세함, 단아함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탑을 찍는 그의 방법은 독특하다. 반드시 탑 뒤에 검은 장막을 쳐 다른 배경이 함께 찍히는 것을 차단하고, 탑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촬영한다. 아직도 디지털이 아닌 8~10인치짜리 대형 필름을 사용하고, 다른 조명 없이 오로지 자연광에만 의존한다.

이런 작업을 위해 500㎏에 이르는 무거운 장비를 산중까지 져 날라야 하고, 원하는 빛이 비치는 시간을 놓치게 되면 며칠 동안 기다려야 하는 일도 많았다. 그는 "우리 석탑은 벽돌을 쌓아 올리는 중국의 전탑, 일본의 목탑과 확연히 구분되는 세밀한 아름다움이 있다"며 "탑과 눈높이를 맞춰 바라보면 올려다볼 땐 느낄 수 없던 세밀한 조형미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뉴욕 전시회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