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代母' 박계희 20주기 추모 기념전

  • 김윤덕 기자

입력 : 2017.11.30 03:50

국내 최초 앤디 워홀 展 연 주역, 신진 작가 지원 메세나 운동 주도
아들 최태원 회장이 전시 마련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 아트홀에서 개막한 ‘기억’전 전경. 고(故) 박계희 여사 얼굴이 그려져 있다.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 아트홀에서 개막한 ‘기억’전 전경. 고(故) 박계희 여사 얼굴이 그려져 있다. /우란문화재단

최태원(57) SK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박계희(1935~1997) 여사 타계 20주기를 추모하는 대규모 전시를 열어 눈길을 끈다.

29일 개막해 12월 5일까지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 아트홀에서 열리는 '기억(MEMORY)'전(展)은 1984년 워커힐미술관을 개관, 한국 사설미술관 1세대로서 국내 미술계에 기여한 박 여사의 자취를 돌아보며 그가 소장했던 작품 중 90여 점을 대중에 공개하는 자리다.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박 여사는 경기여고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나 미시간 칼라마주 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 만난 최 전 회장과 결혼한 뒤에도 미술사와 동양학 공부를 계속해 오다 워커힐 미술관을 설립했다. 초대 관장으로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영입해 개관전으로 '60년대 한국 현대미술―앵포르멜과 그 주변'전을 연 박 여사는 국내 최초로 '앤디 워홀' 전을 개최한 데 이어 베티 골드, 데니스 오펜하임,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소장품 중 하나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더 스튜던트’.
소장품 중 하나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더 스튜던트’.

4개 테마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이우환·박서보·정창섭·남관·송수남 등 국내 대가들을 비롯해 로이 리히텐슈타인·데이비드 호크니·솔 르윗·알랭 자케·요제프 보이스 등 박 여사가 소장해 온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신진 작가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메세나 운동의 물꼬를 튼 주역으로 평가받는 박 여사가 걸어온 길도 짚어본다.

최태원 회장은 "어머니는 당시 미술계가 관심 갖지 않았던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섬유예술, 장식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도 개최하셨다"며 "심혈을 기울여 모으신 소장품을 조심스럽게 꺼내 어머님을 기억하는 분들과 그 뜻을 나누고 싶다"고 도록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