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가 되어 돌아온 쌍둥이 가수

  • 김승현 기자

입력 : 2017.11.29 00:20

17년 전 큰 인기 모은 량현량하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 코스따라 1월까지 20여 차례 축하 공연

"혼자 있으면 못 알아봐도 둘이 붙어 있으면 알아보세요. 최근 울산 공연 때는 '학교를 안 갔어' 노래 때문에 학교 땡땡이 많이 쳤다고 농담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저희는 방송 활동하면서도 4교시 수업까지 꼬박꼬박 받았거든요."

쌍둥이 가수 량현량하 멤버 김량현(30·사진 왼쪽)씨와 김량하(30·사진 오른쪽)씨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머리 모양과 옷 색깔이 다를 뿐 형 량현씨와 동생 량하씨를 구분하긴 어려웠다. '오락실 가느라 스쿨버스 놓쳤다'고 노래하며 브레이크 댄스로 무대를 누비던 열세 살 쌍둥이 형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축하 공연에서 KT 공연팀 소속으로 비보잉을 선보이고 있다. 성화 봉송 코스를 따라 인천·부산 등에서 공연을 마쳤고, 내년 1월까지 총 20여 차례 공연한다. 최근 서울 구로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형제는 "국가 행사를 기념하는 무대에 설 수 있어 뜻깊다"고 했다.

쌍둥이 형제 김량현(왼쪽)씨와 김량하씨가 나란히 서서 팔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구부린 자세로 웃고 있다.
쌍둥이 형제 김량현(왼쪽)씨와 김량하씨가 나란히 서서 팔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구부린 자세로 웃고 있다. 이들은 다른 비보이 댄서들과 함께‘커요’라는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량현량하는 2000년 1집 앨범 '쌍둥이 파워'로 데뷔했다. 사춘기 사랑을 그려낸 풋풋한 가사와 힙합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한 해 CF만 8~9개였고 수입은 수억원에 달했다. "당시 또래들에겐 '량통령(량현량하+대통령)'이었죠. 팬들이 너무 몰려서 SES 누나들이나 GOD 형들 차 타고 몰래 빠져나갈 정도였으니까요."

2004년 발표한 2집 앨범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2007년 형제는 동반 군 입대를 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엔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무대를 벗어나 20대 청년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량현씨는 제약회사 인턴으로 근무했다. 량하씨는 중·고등학교에서 진로 특강을 했고 의류 브랜드 론칭 준비에도 나섰다. 량현씨는 "10대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춤추고 노래하는 일 외에 스스로 무엇을 잘하는지 몰랐어요. 월세나 공과금에 쫓겨 힘들 때도 있었지만,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는 것이 재미있어요"라고 했다.

형제가 다시 한 번 비보잉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세 살 터울의 친누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비보이 팀을 소개해주고 공연계획서를 제안해줬다. 량하씨는 "두세 달 전부터 새로운 비보잉 기술을 익히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당장 앨범 낼 계획은 없지만 춤을 꾸준히 연마해 국내외 공연도 할 예정이다. 이들은 "량현량하라는 팀, 량현과 량하 각자의 인생에 많은 이야기가 쌓였다"며 "무대에서 마음껏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