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27 10:23

지난달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리골레토'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42·김지현)의 명성을 새삼 확인한 기회였다. 고음과 화려한 기교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 고난도의 곡들을 힘들이지 않고도 노래했다. 감정 표현 역시 탁월했다.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에서 활약 중인 캐슬린 김은 2010년 서울시향 광복절 기념음악회에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연주를 하면서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각종 무대의 협연자 또는 콘서트를 통해 존재감을 알렸지만 한국에서 전막 오페라는 이번에 두 번째였다. '리골레토'가 첫 번째 서울 무대이자 국립오페라단 데뷔 무대였던 셈이다. 그녀의 이름값 치고는 다소 늦은 데뷔다.
최근 강남구 아트앤아티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캐슬린 김은 "서울에서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오페라 무대라 사명감을 가지고 했다"고 말했다. "더 많은 분들이 오페라를 보셨으면 한다. 오페라는 캐스팅이 중요한데 외국 가수들보다 한국 가수들이 한국 무대에서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 좋은 작품이 있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면 외국에서 활약하는 훌륭한 한국 성악가들이 더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거다."
캐슬린 김은 홍혜경을 잇는 메트의 한국인 스타다. 지난 2007년부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바르바리나 역으로 메트에 데뷔한 이후 매년 이 극장에 빠짐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가 메트 데뷔 10주년이다.
메트는 입성 자체도 힘들지만, 그 문을 텄다고 다음 출연까지 보장 받을 수 없다. 성악가들을 프리랜서 체제로 기용하기 때문이다. 캐슬린 김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다.
지난 5월 '장미의 기사' 소피 역까지 11년 동안 메트 오페라 총 10편에 64회 출연했다. '호프만 이야기'의 올랭피아, '한여름밤의 꿈' 티타니아 등이 대표 캐릭터.
캐슬린 김은 사실 지금까지 한국 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한국 성악가였다. 작년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역시 티타니아 역으로 주목 받는 등 유럽으로도 반경을 넓히고 있다.
세계무대에서는 간판급으로 활약 중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최근까지도 그녀의 이름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MBC합창단과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한국에서 학연이 없다. 맨해튼 음대 출신으로 2005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 신인 프로그램 '영 아티스트' 선발 등 미국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아직까지 학연, 지연의 영향력이 큰 한국에서 캐슬린 김의 존재감이 점차 뚜렷해지는 것이 반가운 이유다.
2015년부터 한양대 음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이제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는 캐슬림 김은 최근 제자와 후배 성악가들에게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싱긋 웃었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성악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루트가 몇 가지 있다고 하더라. 맨해튼 음대, 시카고 리릭 오페라, 메트로 이어지는 과정도 새로 생겼다고 했다. 이를 목표로 두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캐슬린 김이 세계 성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같은 실력이면 미국 또는 유럽 성악가를 뽑는 냉정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서 톱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파바로티처럼 되는 것이 쉬운 일인 줄 알았다.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도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근데 웬걸 미국에 나보다 잘하는 애들이 훨씬 많더라. 게다가 동양인이라 인정을 받아도 또 인정받아야 할 것이 산 너머 산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캐슬림 김은 "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나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웃었다.
캐슬린 김은 성악가로서 자기 관리 또한 철저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 공연 전에는 수도승처럼 수다를 떠는 것도 금물이다. 그 시기에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인터뷰도 금물.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빈틈이 많다며 깔깔댔다. 그 빈틈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건 혼자 비밀로 간직해야 한다"면서 "다만 인간적으로 너무 빈틈이 없으면 예술에 매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웃었다.
캐슬린 김의 내년 스케줄 역시 빠듯하다. 그해 4월 메트에서 기존에 출연했던 '신데렐라'에 다시 출연하고 음반 발매도 예정하고 있다.
우선 현재 가장 공을 들이는 건 오는 12월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무대.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특히 캐슬린 김이 맡은 루치아가 정략 결혼한 신랑을 칼로 찌르고 약 15분 동안 열창하는 '광란의 아리아'가 백미다. 무대와 의상 그리고 연출을 완전치 갖추지 않은 콘서트 오페라 형식이다. 그래서 오히려 성악가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무대다. 캐슬린 김에게 더 큰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공연을 할 때마다 스스로 다짐한다. 관객들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공연을 하자고.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클래식음악의 관객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덕션들도 예산 규모를 줄이고 있다. 그래서 더 사명감이 든다. 오페라도 뮤지컬 보듯 편하게 관람하는 문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
한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는 캐슬린 김 외에도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스타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의 주역으로 발탁된 테너 박지민, 최근 JTBC의 크로스오버 4중창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에 나와 화제몰이를 한 이탈리아 오페라 주역인 바리톤 김주택, 빈국립오페라극장의 주역인 베이스 박종민 등이 나온다.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에서 활약 중인 캐슬린 김은 2010년 서울시향 광복절 기념음악회에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연주를 하면서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각종 무대의 협연자 또는 콘서트를 통해 존재감을 알렸지만 한국에서 전막 오페라는 이번에 두 번째였다. '리골레토'가 첫 번째 서울 무대이자 국립오페라단 데뷔 무대였던 셈이다. 그녀의 이름값 치고는 다소 늦은 데뷔다.
최근 강남구 아트앤아티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캐슬린 김은 "서울에서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오페라 무대라 사명감을 가지고 했다"고 말했다. "더 많은 분들이 오페라를 보셨으면 한다. 오페라는 캐스팅이 중요한데 외국 가수들보다 한국 가수들이 한국 무대에서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 좋은 작품이 있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면 외국에서 활약하는 훌륭한 한국 성악가들이 더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거다."
캐슬린 김은 홍혜경을 잇는 메트의 한국인 스타다. 지난 2007년부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바르바리나 역으로 메트에 데뷔한 이후 매년 이 극장에 빠짐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가 메트 데뷔 10주년이다.
메트는 입성 자체도 힘들지만, 그 문을 텄다고 다음 출연까지 보장 받을 수 없다. 성악가들을 프리랜서 체제로 기용하기 때문이다. 캐슬린 김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다.
지난 5월 '장미의 기사' 소피 역까지 11년 동안 메트 오페라 총 10편에 64회 출연했다. '호프만 이야기'의 올랭피아, '한여름밤의 꿈' 티타니아 등이 대표 캐릭터.
캐슬린 김은 사실 지금까지 한국 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한국 성악가였다. 작년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역시 티타니아 역으로 주목 받는 등 유럽으로도 반경을 넓히고 있다.
세계무대에서는 간판급으로 활약 중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최근까지도 그녀의 이름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MBC합창단과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한국에서 학연이 없다. 맨해튼 음대 출신으로 2005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 신인 프로그램 '영 아티스트' 선발 등 미국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아직까지 학연, 지연의 영향력이 큰 한국에서 캐슬린 김의 존재감이 점차 뚜렷해지는 것이 반가운 이유다.
2015년부터 한양대 음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이제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는 캐슬림 김은 최근 제자와 후배 성악가들에게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싱긋 웃었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성악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루트가 몇 가지 있다고 하더라. 맨해튼 음대, 시카고 리릭 오페라, 메트로 이어지는 과정도 새로 생겼다고 했다. 이를 목표로 두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캐슬린 김이 세계 성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같은 실력이면 미국 또는 유럽 성악가를 뽑는 냉정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서 톱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파바로티처럼 되는 것이 쉬운 일인 줄 알았다.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도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근데 웬걸 미국에 나보다 잘하는 애들이 훨씬 많더라. 게다가 동양인이라 인정을 받아도 또 인정받아야 할 것이 산 너머 산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캐슬림 김은 "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나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웃었다.
캐슬린 김은 성악가로서 자기 관리 또한 철저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 공연 전에는 수도승처럼 수다를 떠는 것도 금물이다. 그 시기에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인터뷰도 금물.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빈틈이 많다며 깔깔댔다. 그 빈틈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건 혼자 비밀로 간직해야 한다"면서 "다만 인간적으로 너무 빈틈이 없으면 예술에 매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웃었다.
캐슬린 김의 내년 스케줄 역시 빠듯하다. 그해 4월 메트에서 기존에 출연했던 '신데렐라'에 다시 출연하고 음반 발매도 예정하고 있다.
우선 현재 가장 공을 들이는 건 오는 12월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무대.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특히 캐슬린 김이 맡은 루치아가 정략 결혼한 신랑을 칼로 찌르고 약 15분 동안 열창하는 '광란의 아리아'가 백미다. 무대와 의상 그리고 연출을 완전치 갖추지 않은 콘서트 오페라 형식이다. 그래서 오히려 성악가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무대다. 캐슬린 김에게 더 큰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공연을 할 때마다 스스로 다짐한다. 관객들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공연을 하자고.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클래식음악의 관객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덕션들도 예산 규모를 줄이고 있다. 그래서 더 사명감이 든다. 오페라도 뮤지컬 보듯 편하게 관람하는 문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
한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는 캐슬린 김 외에도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스타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의 주역으로 발탁된 테너 박지민, 최근 JTBC의 크로스오버 4중창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에 나와 화제몰이를 한 이탈리아 오페라 주역인 바리톤 김주택, 빈국립오페라극장의 주역인 베이스 박종민 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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