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페라의 여왕, 앙코르는 '동심초'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7.11.23 01:34

디아나 담라우 첫 내한공연
한국어 강습까지 받으며 연습… 풍부한 호소력으로 청중 사로잡아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46)의 첫 내한 독창회. 두 시간 넘는 본 공연을 끝낸 뒤, 담라우는 손때 묻은 악보 한 장을 쥐고 다시 무대로 나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는 이내 앙코르로 김성태의 '동심초'를 부르기 시작했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독일 가수인데도 또렷한 발음으로 시어(詩語) 하나하나에 정확한 억양을 실어 감정을 전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이날 함께 공연한 베이스 바리톤 니콜라 테스테는 아내인 담라우가 '동심초'를 부르는 동안 손바닥만 한 태극기를 꺼내 들고 무대 가장자리에 서서 조용히 귀 기울였다.

첫 내한 독창회에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비올레타의 아리아 ‘아, 그대인가’를 열창하고 있는 디아나 담라우.
첫 내한 독창회에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비올레타의 아리아 ‘아, 그대인가’를 열창하고 있는 디아나 담라우. /코리아아트컴퍼니
담라우는 유럽과 미국의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앞다퉈 찾는 인기 절정의 오페라 가수.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선보인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밤의 여왕으로 출연했다가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라 트라비아타'와 '몽유병 여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주역을 맡으며 가창력과 표현력 모두 뛰어난 성악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담라우는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꿈속에 살고파', '라 트라비아타' 중 '아, 그대인가'처럼 자신있는 오페라 아리아를 골고루 선보였다.

담라우의 리사이틀은 다른 시·공간으로 청중을 데려갔다. 인생의 드라마는 5분짜리 짧은 아리아 한 편에도 담길 수 있었다. 전성기임을 입증하듯 완벽한 음높이와 군더더기 없는 목소리로 고음과 저음, 웃음과 한숨, 환희와 허무 사이를 오르내리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줬다. 악보 위를 거니는 듯 오차 없는 음정에 깊이를 더한 호소력이 인상적이었다. 담라우는 오페라 아리아뿐만 아니라 가곡 해석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왔다. 공연 전날, 그녀는 직접 고른 '동심초'와 "사랑에 빠졌다"며 온종일 한국어 강습을 받았다. 청중의 갈채와 환호에 담라우는 어린애처럼 두 팔을 벌리고 깡총깡총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