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시청역 스크린도어에 그림이…

  • 김윤덕 기자

입력 : 2017.11.20 03:02 | 수정 : 2017.11.20 10:42

詩·상업광고 걸려있던 광고판에 한국 작가 회화 작품 35점 설치
"생활로 파고드는 미술" 시민 반겨

지난 15일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청량리행 열차를 기다리던 이윤진(41)씨는 스크린도어 광고판을 무심히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게임광고 가득했던 스크린도어에 보랏빛 화사한 풍경이 걸렸다. 김진실이란 이름은 생소했지만 'My Forest(나의 숲)'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 옆 스크린도어엔 또 다른 화가의 그림이 걸려 있더라고요. 정말 신선했어요. 이상한 시(詩)들, 상업광고들 대신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림들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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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스크린도어에 김진실 작가의‘My Forest’작품이 걸려 있는 모습. /김윤덕 기자
지하철 1호선 시청역사가 '미술관'으로 변신 중이다. 스크린도어 광고판을 비롯해 역사 곳곳에 한국 작가들 그림이 대형 사진으로 내걸렸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게임과 성형수술 같은 상업광고가 많았던 스크린도어 광고판을 문화예술 콘텐츠로 바꿔나가는 '지하철 광고 혁신 방안'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우선 4개 노선 9개 역사에서 시범 운영한다. 첫 모델이 된 시청역엔 한국 작가 15명의 회화 작품 35점이 이달 초부터 시범 설치돼 전시 중이다. '절대고요'라는 테마로 공사 측이 바움아트갤러리, 재미남가주작가협회와 협업해 1차로 선정한 작품들이다. 김인순의 '산의 소리', 금사홍의 '독도섬 이야기 4', 이정은의 '책가도에 담긴 이야기' 등 한국적 정서 물씬한 회화들이다.

광고판의 변신은 여성 이용자들의 민원으로 시작됐다. 지하철에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성형 광고와 게임 광고가 많아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다. 공사 측은 성차별적 광고를 규제하는 런던 지하철을 벤치마킹해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서울교통공사 김정환 부대사업처장은 "신규 광고를 계약할 때 성형 광고는 금지하는 등 광고 콘텐츠 심의를 강화하고 2022년에는 '광고 없는 역'이 40개가 되도록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광고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을 극복하려는 대안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미술계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미술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좀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과 작가 선정을 위해 한국화랑협회와 서울교통공사가 공론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