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어벤저스' 캐슬린 김·박지민·김주택 "오페라 무대 더 많았으면"

  • 뉴시스

입력 : 2017.11.16 09:54

박지민·캐슬린 김·김주택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캐스팅이 아니다. 해외의 큰 극장에서 높은 개런티를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덕션에서 커리어를 쌓아 오신 분들이니까. 이분들이 함께 공연한다는 것은 보기 드문 기회다."(테너 박지민)

세계무대를 누비는 '성악계의 어벤저스'가 한국에서 뭉친다. 최근 10년 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 매 시즌 출연한 스타 소프라노이자 최근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에서 '질다' 역을 맡아 명불허전을 증명한 캐슬린 김,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의 주역으로 발탁된 테너 박지민, 최근 JTBC의 크로스오버 4중창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에 나와 화제몰이를 한 이탈리아 오페라 주역인 바리톤 김주택이 주연이다.

공연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가 오는 12월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가 무대다.

15일 오전 서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캐슬린 김은 "미국에서 데뷔를 하고, 그간 한국에서 콘서트는 많이 했는데 10년이 넘어서야 국립오페라단에 데뷔를 했다"면서 "외국의 최고 무대에서 외국인들의 음악을 동양인으로서 인정받는 모습을 한국 팬들에게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이 나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들의 문화로 탑 무대에서 설 수 있다는 건 그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거다. 여러 가지로 똑같은 실력이면 파란 눈에 금발을 캐스팅하지, 왜 저 같은 동양인을 쓰겠냐."

갖은 힘겨움을 뚫고 외국에서 인정받은 만큼 그 결과물을 한국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감사하다고 했다.

캐슬린 김은 "이런 기회가 저희들에게 큰 축복이고 감사하다. 큰 선물을 드릴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이런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면서 "오페라를 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캐스팅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특히 여주인공 루치아가 정략 결혼한 신랑을 칼로 찌르고 약 15분 동안 열창하는 '광란의 아리아'가 백미다.

캐슬린 김은 자신이 맡는 루치아 역을 오페라 캐릭터 중에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2012년 미국 사라소타 오페라단에서 같은 역을 연기한 그녀는 "심리적으로 복잡한 캐릭터"라면서 "이제까지 내가 했던 역은 단면적인 성격이 많았다. 루치아는 여러 가지 복잡한 내면을 보여줄 수 있고 그걸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제 성격상 어둡고 슬픈 역이 어울릴 거 같은데 그간 세고 재미있는 역을 많이 했다. 이 역은 저의 원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사랑하고 좋아한다."
다만 이번 무대는 전막 무대가 아니다. 오페라 콘체르탄테, 즉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기존에 막이 전환되고 세팅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오페라와 달리, 무대·소품·의상 등의 외적인 요소는 최대한 줄이고 성악가들의 노래와 오케스트라 연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일반 관객이 기존 오페라보다 좀 더 접근하기가 쉽다.

캐슬린 김은 "오페라 콘체르탄테는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면서 "연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독보적으로 저희 해석이 드러나는 형태다. 악보나 가사를 보면서 어떻게 연기할지 구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페라라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무대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을 모으는데 사명감이 있다."

'팬텀싱어' 시즌2 출연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김주택은 "방송에 출연한 취지는 오페라를 모르는 대중에게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오페라는 편견 때문에 어렵게 여기신다. 하지만 이번 오페라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살면서 만들어지는 스토리다. 절대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대중들께 찾아가기 위해 어렵게 '팬텀싱어' 출연 용기를 냈다. 이번에는 관객들이 도전해서 저에게 다가와주셨으면 한다."

하지만 오페라 콘체르탄테가 성악가들에게 쉬운 건 아니다. 노래와 연기에 더 청중의 시선이 집중되는 만큼 성악가들의 역량이 더 탁월해야 한다.

루치아의 사랑을 받으나 결국은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에드가르도 역의 박지민은 "오페라 콘체르탄테는 의상, 조명, 동선 연출 등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가수들 하나 하나 호흡이 필요한데 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가 숙제"라고 전했다.

성악가는 여전히 편견에 시달린다. 파스타나 스테이크만 먹거나 와인을 마시고 항상 옷도 반듯하게 차려입으며 음악도 클래식만 들을 거라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캐슬린 김은 성악가도 똑같다면서 "제가 순댓국을 좋아한다고 하면 다 놀라신다"고 웃었다. "감자탕도 좋아한다. 만날 파스타만 먹고 좋아할 거라 생각하시는데 아니다. 가요도 정말 많이 듣는다. 아이유도 좋아하는데 그 때 그 때 마다 다르다"고 했다.

김주택도 '팬텀싱어' 시즌2 처음 출연했을 때 성악가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 교수님이라고 해서 만날 턱시도 입고 정중히 행동할 줄 알았다고 하셨는데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을 보시더니 '반전 매력'이라고 하시더라. 클래식 자체를 고급 음악으로 생각하셔서 저희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웃었다.

성악가들은 폼을 잡는다고 스스로 정의한 박지민은 "남들이 안 입는 옷 입고, 남들이 사용하는 마이크 안 사용하고. 맞다. 폼 잡는 거"라면서 "근데 그들의(서양 클래식음악)의 음악은 그렇다. 그래서 관객들 역시 음악을 즐기러 올 때 폼을 잡으면서 온다"고 했다.

"음악에 맞춰 격식에 맞게 의상을 입고 즐기러 오는 거다. 록 페스티벌에는 옷울 자유롭게 입고 맥주를 한손에 들고 즐기는 것이 맞지 않은가. 장르마다 맞는 즐거움이 있다. 이번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할 때는 드레스코드도 있으면 한다.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공지하고 그것을 알고 오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루치아의 가정교사이자 신부인 라이몬도 역은 베이스 박종민, 루치아의 유모인 알리사 역은 메조 소프라노 손진희가 맡는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오퍼 음악감독을 역임한 호세 미구엘 에산디가 지휘봉을 들고 수원시향, 안양시립합창단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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