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O 韓 첫 단원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 "내한공연 자랑스럽고 반가워"

  • 뉴시스

입력 : 2017.11.16 09:53

이재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RCO) 내한공연이 15~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 공연이 눈길을 끄는 건 이곳에 한국인 단원이 2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벨벳의 현, 황금의 관'이라는 수식이 따라 붙는 RCO의 제2바이올린 파트와 관악 파트에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31)과 오보에 연주자 함경(24)가 활동한다.

RCO는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영국 고전음악 전문 '그라모폰'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RCO를 꼽기도 했다. 오보에 함경은 국내에 잘 알려졌지만 바이올리니크스 이재원은 국내에서는 무명이다. 어릴 때 프랑스로 이민을 갔기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출신으로 스위스와 독일에서 석사 학위를 밟았다. 1888년 창단 이후 약 130년 동안 정상을 지켜온 유럽 명문 RCO의 첫 한국인 단원이기도 하다.

이재원은 정명훈 전 서울시향 감독이 예술감독으로 있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객원 단원을 거쳐 2014년 11월부터 10개월 간 서울시향에 몸담은 바 있다. 2015년 10월부터 RCO에서 활약 중이다.

내한공연을 앞두고 14일 오후 광화문에서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났다. 그는 RCO 단원으로서 처음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설레임을 보였다. 부모님과 친할머니가 RCO 공연은 처음 보신다며 해맑게 웃었다.

Q. 바이올린 시작은 어떻게 했나.

A. "만 8세이던 1994년에 항공사에 일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가족이 프랑스 파리로 터전을 옮겼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한국에 있을 때 1년 정도 재미 삼아 했었는데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아버지가 파리 발령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 바이올린을 계속 하고 싶은지 물으셨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하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어려운 줄도 모르고(웃음)."

Q. RCO 단원으로서 한국에서 공연하는 소감이 남다를 듯하다.

A.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실감이 안 난다(웃음). 자랑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기대도 크다. 이틀 공연에 부모님이 모두 오셔서 보신다. RCO 공연은 처음 보시는 거다."

Q. RCO 입단 과정을 듣고 싶다.

A. "2014년 11월 오디션을 치렀는데 오디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웃음). 2차 오디션을 바로 치렀는데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허바우 홀의 어쿠스틱이 좋아 연주 자체가 너무 좋았다. 파이널을 치를 때 객석에 청중분도 많아 마치 공연하는 듯했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연주 자체를 즐기면서 했다."

Q. 서울시향에게 10개월 간 활동한 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A. "단원들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서울시향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더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시는 분들 보면, 전문가도 상당히 많은 것 같더라."

Q. RCO에는 20개국 이상의 국적을 가진 연주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오케스트라 자체의 속성이 다른 특성들의 소리의 조화를 꾀하는 만큼, 개성 강한 연주자들이 모인 RCO는 이런 부분이 더 도드라질 것 같다.

A.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한 적은 없지만 RCO는 상당히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 새 단원이 오면 가족 같이 품어준다.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해줄까하는 고민과 배려심이 대단하다. 톨레랑스(관용)도 강하고. 프랑스에서 자랐지만 네덜란드 문화는 또 다르더라. 경계가 없다. 어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오케스트라다. 지휘자에 따라 너무 유연하다. 예를 들어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 연주를 (지금의 음악감독인) 다니엘레 가티 선생님이 지휘할 때, (RCO 역대 상임지휘자 중 한명인)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했을 때가 너무 다르다. 그러면서도 RCO 특유의 사운드는 유지한다. 이렇게 유명한 지휘자들과 다른 색깔로 공부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RCO의 매력이다."

Q. RCO의 새로운 음악감독인 다니엘레 가티와 단원들의 호흡은 어떤가?

A. "서로 알아가는 중이다. 가티와 이전에 한 번도 연주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많은 이야기를 들어 기대감이 컸다. 항상 기품이 있고, 개인적인 해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신데 디테일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꼼꼼하다. 그리고 악보를 대부분 외우셔서 어떤 두뇌를 가지고 계신 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웃음). 그 어려운 '봄의 제전'까지 다 외우시니. 카리스마도 상당하시다. 지난번에 마스터 클래스를 하는데 휘어 잡는 분위기에 지켜보는 이들 모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RCO의 전임 음악감독인) 마리스 얀손스의 스타일이 달라서, 오케스트라에게도 좋은 공부가 되고 있다."

Q. 아무래도 함경 씨와 함께 RCO 단원으로 있으니 든든한 면도 있을 법하다.

A. "저랑 친한 친구와 함경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이름은 익히 들어봤다. 처음 제대로 본 건 함경이 RCO에 들어와서인데 너무 잘하더라. 함경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한국 밥이 그리워 초반에는 둘이 같이 밥도 지어 먹곤 했다. 개인적으로 요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간장, 고추장을 잔뜩 싸 간다. 김치찌개를 잘한다."

Q. 이번에 RCO는 15일에 하이든 첼로 협주곡 제1번 C장조(협연 RCO 첼로 수석 타티아나 바실리바)와 말러 교향곡 제4번 G장조, 16일에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협연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짐머만)과 브람스 교향곡 제1번 c단조, Op.68을 선보인다.

A. "말러는 RCO와 함께 연주도 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RCO는 말러에 익숙하다. 저에게는 새롭지만 강의 흐름에 그냥 몸을 맡기듯 빨려 들어가면서 연주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이든 첼로 협주곡을 협연하는 타티아나 바실리바는 저희 첼로 수석이라 더 재미있다. 카덴차(독주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도 매번 달라 매력적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함께 하시는 짐머만 선생님은 반면 꾸밈이 없다. 자신을 청중 앞에서 내려놓으시는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신다. 대가의 여유도 있고. 브람스 교향곡은 자주 들어온 곡인데 RCO랑 연주할 때마다 새롭게 들린다."

Q. 앞으로 RCO에서 더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개인적인 비전은?

A. "RCO는 오케스트라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단원들끼리의 실내악 연주도 많다. 서로 단원별로 연주를 주최하기도 한다. 한동안 실내악 활동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현재 실내악 레퍼토리도 할 수 있어 좋다. 지금 RCO 생활을 너무 즐기고 있다."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