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末 대학로는 체호프의 거리

  • 최보윤 기자

입력 : 2017.11.16 00:16

'갈매기' '세자매' 등 대표작 3편, 다음달 말까지 잇달아 공연

셰익스피어와 함께 연극 애호가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극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 연말 대학로 무대는 체호프의 인기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공연들이 연달아 오른다.

연극‘갈매기’에서 현실을 괴로워하는 작가 지망생 뜨레플레프.
연극‘갈매기’에서 현실을 괴로워하는 작가 지망생 뜨레플레프. /극단 아레떼
오는 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 소극장에서 열리는 극단 아레떼(예술감독 전무송)의 연극 '갈매기'는 러시아에서 연극을 전공한 여무영(본명 염우형) 연출가의 해석이 더해져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면서도 극적인 표현이 강조됐다. 여 연출가는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의혹에 대해 이야기하는 원작을 보면 1890년대 러시아에서 21세기 한국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극 '갈매기'의 의 주인공이자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지망생 뜨레플레프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이자 어머니, 또 '기성세대'를 말하는 아르카지나와 작품 해석을 두고 대립한다.

대학로의 '체호프 전용관'인 아트씨어터 문에서는 올 연말까지 극단 애플씨어터의 '세자매'가 무대를 장식한다. 애플씨어터의 전훈 대표는 지난 2004년 '체호프 서거 100주년'을 맞아 1년 내내 '갈매기' 등 체호프의 '4대장막전'을 기획한 '체호프 전문가'다. 2014년 국내 미발표 작품을 '숨겨진 4대장막전'을 기획한 인연으로 현재 '안똔체홉학회'를 이끌고 있다. 전 대표는 "체호프의 작품을 공부하면 할수록 삶에 대해 정진하는 관조적인 태도를 배우게 됐다"며 "인간성 회복을 위해 인문학적 기본을 탄탄히 하기 위해선 체호프의 작품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극단 맨씨어터(대표 우현주)는 창단 10주년 기념작으로 체호프의 작품을 택했다. 오는 12월 1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선보일 '14人(in)체홉'은 체호프의 단막극 중 '곰' '청혼'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등 4편을 새롭게 엮었다. 극단 배우인 서정연·이석준·정수영·이창훈 등과 연극과 영화에서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김태훈·최덕문 등도 참여해 무대를 꾸민다. 배우 출신인 우현주 대표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인간의 삶을 통해 체호프 작품 특유의 '일상의 슬픈 희극성'을 극대화해 우리 삶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