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6 01:18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캐슬린 김 등 스타 성악가 총출동
"루치아는 비련의 주인공이잖아요. 사랑하는 이와 이뤄지지 못하고 딴 남자와 결혼해 미쳐서 남편을 죽인다는 게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 그렇지만 오페라에선 제가 그 여인이 돼 광기(狂氣)를 그려낼 수 있으니 굉장한 매력이에요."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한 이후 지난 5월까지 11년간 메트 오페라 총 10편에 64회 출연한 소프라노 캐슬린 김(42). 그녀가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주인공 루치아 역을 맡아 '광란의 장면(Mad scene)'을 부른다.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체티가 1835년 선보인 대작으로, 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가 다음 달 롯데콘서트홀에서 무대 장치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올리는 공연이다.
캐슬린 김 외에도 오페라 본고장 유럽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성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눈길을 끈다. 런던 코벤트 가든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테너 박지민(39)이 루치아의 연인인 에드가르도 역으로 출연한다. 또 로마 국립오페라극장과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등 이탈리아 최고 극장을 섭렵한 바리톤 김주택(31)이 루치아의 오빠 엔리코 역,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로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주역 가수로 활약 중인 베이스 박종민(31)이 라이몬도 신부 역을 맡는다.
'루치아'는 스코틀랜드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만한 비극이다. 람메르무어 가문의 처녀 루치아는 레벤스우드 가문의 청년 에드가르도와 남몰래 사랑하고 있지만, 재력가인 아르투로와 억지로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오빠의 간계 때문이었음이 밝혀지자 루치아는 충격을 받고 착란 상태에 빠진다. 결혼 첫날밤 신랑을 칼로 찌른 뒤 피투성이가 된 채 사람들 앞에 나타난 루치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하다 죽어가는데, 15분에 걸쳐 부르는 처절하고도 유장한 아리아가 바로 '그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 원소'에서 외계인 디바가 불렀던 처연한 선율이기도 하다. 이 광란의 장면에서 소프라노는 어렵기 짝이 없는 기교를 과시해야 한다.
15일 서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캐슬린 김은 "수많은 오페라 배역 중에서도 내게 잘 맞는 루치아를 고국에서 선보일 날만 기다려왔다"고 했다. "이탈리아어 가사를 못 알아들어도 노랫소리만 들으면 미칠 듯한 그녀의 내면을 딱 잡아챌 수 있게 부를 거예요." 지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세 미구엘 에산디, 연주는 수원시향이 맡는다.
▷오페라 콘체르탄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12월 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02)3443-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