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이름의 賞 받게 돼 기뻐"

  • 김윤덕 기자

입력 : 2017.11.10 01:48

제29회 이중섭미술상 황인기씨
레고, 못 등으로 산수화 그린 작가 "과거·현재의 긴장감 비꼬듯 표현"
19일까지 본사 미술관서 기념展

"레고 조각으로 산수화를 어떻게 그린다는 건지 너무나 궁금해서 달려왔어요. 실제 보니, 와~ 정말 대단하네요."

제29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이 개막한 9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미술관은 개막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관람객이 몰려왔다. '디지털 산수화'로 올해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한 황인기(66) 화백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전시장에는 물감주머니를 던져 터뜨린 뒤 그 위에 금강경을 써 내려간 14m 폭 회화 신작을 비롯해 정선의 '금강전도'를 붉은색·검은색 플라스틱 조각 수십만 개로 재현한 '레고 산수화', 옥색 인조 수정으로 점점이 구현한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작가의 대표작 14점이 위엄 어린 자태로 손님들을 맞았다.

9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제29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황인기 화백이 역대 수상자들의 축하를 받았다. 왼쪽부터 강경구 오원배 오숙환 황인기 정경연 황용엽 김호득 김경인 민정기 작가.
9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제29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황인기 화백이 역대 수상자들의 축하를 받았다. 왼쪽부터 강경구 오원배 오숙환 황인기 정경연 황용엽 김호득 김경인 민정기 작가. /김지호 기자
오후 5시 시작된 개막식에서 수상자 황인기는 짧고 굵은 한 문장으로 수상의 영광을 전했다. "이중섭(李仲燮)이라는, 우리나라 근대미술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에 헌정되는 이 상을 받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오히려 불문학자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언제나 이상한 모자를 쓰고 다니는 30년 지기(知己)" 황 화백의 작품 세계를 자세히 소개했다.

"황인기의 작품에는 '내일이면 어제가 되는 오늘' '훈풍이 건 듯 불어'처럼 '시간'과 '바람'이 들어간 제목이 많더군요. 레고, 못, 인조 수정 등 일반 회화에서 사용하지 않는 이질적인 도구들로 산수화를 재현해 과거와 현재, 전통과 세계화된 삶 사이의 긴장감을 유머러스하게 혹은 비꼬듯 구현해내는 황인기는 바람처럼 가벼운 세계, 빛의 세계를 향해 수행하듯 걸어가는 듯합니다."

상금 1000만원은 황 화백의 부인이며 가야금 연주자인 윤소희 동국대 교수에게 전달됐다. 사회자가 "이번 전시를 위해 황 화백이 구입한 플라스틱 블록과 인조 수정 등 재료비가 상금보다 더 들었다는데 (부인께서도) 혹시 알고 계셨느냐"고 물어서 폭소가 터졌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홍희 민정기 강경구 윤진섭 등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김호득 정영목 오원배 정현 등 심사위원, 역대 이중섭미술상 수상작가인 황용엽 김경인 정경연 김종학 오숙환씨, 이중섭 조카 손녀인 이지연 이지향씨,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김종규 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박미정 환기미술관장, 최종실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 이택주씨,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홍준호 발행인, 김문순 미디어연구소장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수상 기념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02)724-6322, 6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