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동물원'으로 돌아가 김광석을 추억하다

  • 최보윤 기자

입력 : 2017.11.07 01:09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주역… 홍경민·이세준·윤희석

"고등학교 때부터 '동물원' 멤버가 되고 싶었어요. 저렇게 살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무대에서라도 멤버가 돼 보니 작은 꿈이 이뤄졌달까요?"

7일부터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주역 홍경민(41)·이세준(43)·윤희석(42)은 그룹 '동물원'이 가수로, 뮤지컬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 여름, 동물원'은 198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끈 포크 그룹 동물원과 고(故) 김광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동물원 실제 멤버인 박기영이 음악 감독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지금은 정신과 의사가 된 창기가 '그 친구'(광석)의 기일을 맞아 20년 전 함께했던 연습실을 찾아 지난날을 회상하는 줄거리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등 유명 곡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김광석을 '그 친구'로 명명한 건 저작권 문제를 피해가려는 장치다.

노래와 통기타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겠다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윤희석, 홍경민, 이세준.
노래와 통기타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겠다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윤희석, 홍경민, 이세준. /샘컴퍼니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인기를 얻은 뮤지컬 배우 윤희석(창기 역)은 "대학교 때 연극하면서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정말 많이 했는데 김광석 선배님 포스터를 바라보며 꿈을 키워왔다"면서 "배가 고파도 기타를 붙잡고, 연기에 대해 논하며 웃고 울었던 시간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전과 현재를 오가는 역인 만큼 뮤지컬은 '청춘'을 추억하는 시간도 안겨준다. '그 친구' 역의 가수 홍경민은 극 중 배역인 스물세 살 당시를 떠올리며 "그다지 주목받지 못해 지방을 전전하니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커져만 갔다"면서도 "젊은 혈기 덕에 그다지 두렵지 않았고, 힘들지만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언젠가는 알아줄 거라 생각했죠. 무모함이 '젊음'의 힘인 거 같아요. 젊음 그 자체가 삶의 큰 자산이죠." 창기 역의 이세준도 거들었다. 그룹 '유리상자' 멤버인 그는 김광석 추모사업회의 일원으로 매해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로 전국을 순회한다. "20대가 부러운 건 실패해도 만회할 시간이 충분히 남았다는 거예요. 머리가 굵어지고 가정이 생기니 더 주저하게 되고 안전한 길만 찾게 되더라고요. 청춘들에게 좀 더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모든 배우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하며 노래한다. 뮤지컬인데 마치 라이브 콘서트 같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홍경민과 이세준은 "늘 노래가 시작이었고 꿈이었던 만큼 앞으로의 20년도 노래로만 채워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