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하츠가 내게 메일을? 스팸인 줄 알았어요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7.11.03 03:01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내년 유럽서 듀오 콘서트 열어
지난주 워너 통해 첫 앨범 발매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처음엔 스팸 메일인 줄 알았어요. 누가 이런 장난을 치지? 근데 확인해보니 정말 '그 블레하츠'인 거예요. 얼떨떨했어요. 제가 또 오랜 팬이니 '심쿵'했죠. 그와 함께할 미래가 꿈만 같아요."

지난주 워너클래식을 통해 첫 음반을 선보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28)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32·작은 사진)와 내년 6월부터 유럽에서 듀오 콘서트를 연다.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과 더불어 네 개의 특별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등장한 블레하츠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이후 가장 빼어난 폴란드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와 연주해보고 싶다는 소녀 시절의 바람을 마침내 이뤘고, 바이올린 여제(女帝) 정경화와 장영주·임지영에 이어 워너 음반을 낸 네 번째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겹경사도 맞았으니 "여러모로 의미 있는 요즘"이다. 김봄소리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를 거쳐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밟고 있다.

2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만난 김봄소리는 '꿈'을 이룬 과정을 담담히 말했다. "블레하츠와는 일면식도 없는데 저의 콩쿠르 TV 중계를 보곤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음악적으로 잘 맞을 것 같아 같이 연주하고 싶다'고 했죠. 지난해 연말 뉴욕에서 그를 잠깐 만났는데, 의외로 털털한 구석이 있고 말도 솔직하게 해 저와 잘 통했어요." 두 사람은 2019년 7월까지 1년간 폴란드, 체코,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를 돌며 10여 차례 호흡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봄소리
김봄소리는 6년간 13개 콩쿠르에 출전해 우승 포함 열한 번 입상해‘콩쿠르 사냥꾼’이란 세간의 별명을 얻었다. 그는“그 경험들이 쌓였기에 연주 기회가 밀려드는 지금을 알차게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스톰프뮤직
데뷔 앨범을 내게 된 계기도 드라마틱하다. "1년 전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공동 2위를 했어요. 콩쿠르 중계 해설을 맡았던 시마노프스키 콰르텟의 바이올린 주자 그제고시 코토프는 결과를 인정 못 하겠다며 당시 워너와 음반 발매 계획을 갖고 있던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저를 독주자로 강력히 추천해줬죠."

야체크 카스프시크가 지휘하는 폴란드 국립 바르샤바 필은 2년 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콩쿠르 본선 실황 연주를 담은 음반을 냈을 때 파이널 연주곡이었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함께 연주한 지휘자와 악단이기도 하다. 그 후 전개는 일사천리였다. 지난 3월 말 바르샤바 필 콘서트홀에서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녹음했다. 오는 28일 뉴욕 카네기홀의 와일 리사이틀 홀(268석)에서 프랑스 음악으로 데뷔 독주회도 연다. "줄리아드 음악원 다닐 때 제 별명이 '카네기홀 죽순이'였어요. 친구들이 거기 가면 항상 저를 만날 수 있다면서요."

그는 "내 마음의 깊이를 다채로운 팔레트에 어떻게 담아낼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