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조광화 "24부작 드라마, 뮤지컬로 압축 죽을뻔 했다"

  • 뉴시스

입력 : 2017.10.31 09:46

뮤지컬 '모래시계'
'귀가시계'로 통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SBS TV 드라마 '모래시계'(1995)가 22년 만에 뮤지컬로 옮겨진다. 오는 12월5일부터 내년 2월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조광화 연출은 30일 오후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면서 "송지나 작가님 원작의 주제는 힘이다. 저는 거기에 얹어 '잘못된 힘의 시대'가 청년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수·박상원·고현정·이정재 주연의 드라마 '모래시계'는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하는 등 국민 드라마로 통했다.

송지나 작가가 격변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특히 당시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았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정면으로 다루는 등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졌던 작품이다. 조광화 연출은 "구체적인 사건은 다르지만 당시 시대나 지금 시대나 청년들이 힘든 건 마찬가지"라면서 "당시에는 정치적으로 힘들었다면 지금은 경제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 시대와 지금이 '닮지 않았나'라는 생각이에요. 중장년이 '모래시계'를 보고 향수를 가질 수 있다면, 지금 시대와는 공감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요새 학생들이, 청년들이 안쓰러워서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선배들도 시대와 싸웠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죠. '여러분들도 그러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의 청년들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24부작이다. 뮤지컬은 이 방대한 드라마를 2시간30분 안에 압축해야 한다. 각색과 가사까지 맡은 조광화 연출은 "죽을 지경이었다"고 토로하며 드라마를 무대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털어놓았다.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평소에 제자들에게 무비컬(영화+뮤지컬)도 있고,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도 있지만 미니시리즈 같은 드라마는 뮤지컬로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하게 돼 고생"이라고 웃었다.

"뮤지컬로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드라마의 몇몇 에피소드만 모티브 가지고 와서 새롭게 이야기를 꾸미는 방안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 역시 '모래시계'를 보면서 사로잡혔던 그 틀을 따라가기 위해 무모하지만 압축하는 과정을 택했죠."

이에 따라 조광화 연출이 택한 방식은 굵직한 내용을 밟고 가는 징검다리 서사 방식이다. 그는 "미니시리즈와 무대의 가장 큰 차이는, 무대에서는 주요 세 인물이 만나는 과정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라면서 "드라마에서는 각각의 활동이 감동적으로 펼쳐지지만 무대 위에서는 그것들의 이야기가 모아지지 않고 방대해져서 과감히 생략했다"고 전했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매력 중 하나는 당시까지만 해도 금기로 여겨지던 소재를 다루는 동시에 영화 같은 미장센을 뽐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색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조광화 연출은 "당시 시대에 대한 정보나 시대의 힘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구체화시키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모래시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드라마는 사극을 포함해서 남성 위주의 힘 있는 이야기로 갔는데 송지나 작가님이 멜로 감성을 더했고 여성 관객들도 감동적으로 볼 수 있게 구조적으로 짜여 있죠. 거기에 살짝 기대어 가겠다"고 부연했다.

'모래시계'는 명장면뿐만 아니라 '나 떨고 있니' 같은 명대사들도 많다. 이번 뮤지컬에서 이 대사들을 들을 수 있을까.

조광화 연출은 "빤한 말 같지만 드라마는 드라마고, 뮤지컬은 뮤지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습 과정에서 (최민수가 극 중 맡았던 태수의 대사인)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를 해봤는데 현장에 있던 배우, 스태프들 모두가 '빵' 터졌다면서 '현입'(현실에 감정이입)이라고 할까. 넣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자제를 했다"고 전했다.

'모래시계'하면 또 떠오르는 것은 OST다. "우우우우우"로 유명한 요시프 코브존의 '백학'은 여전히 많은 대중의 귀에 감돈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작곡가 오상준이 만든 새로운 넘버를 주축으로, '백학'은 드라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정도로만 사용된다.

김문정 음악 수퍼바이저는 "OST는 드라마 인기에 일조했어요. 하지만 그 멜로디를 주축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면서 "오상준 작곡가가 새로운 형태의 곡을 만드는데 그 당시 젊은이들의 열정과 사랑과 번뇌의 정서를 멜로디에 서정적으로 가지고 와요. 우리 배우, 지금 무대와 상황, 현재 오케스트라와 맞게 만들죠. 복고와 현대의 조화가 될 겁니다"라고 예고했다.

캐스팅 역시 화려하다. 뮤지컬계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원작의 인기를 방증하듯, 뮤지컬 '모래시계'의 제작 초기부터 공연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공연제작사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의 전언이다. 지난 4월 진행된 오디션에는 1000여 명의 지원자가 응시했다.

뮤지컬배우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이 폭력조직 중간 보스에서 카지노 사업의 대부로 성장하는 역으로 배우 최민수가 맡았던 '태수'역에 트리플캐스팅됐다. 태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굳건한 신념을 가진 서울중앙지검 검사인 우석역은 배우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이 맡았다.

카지노 대부 윤재용 회장의 외동딸이자 정식후계자 '혜린' 역에는 배우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가 캐스팅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묵묵히 바라보며 지켜주는 경호원 '재희' 역에는 배우 김산호와 그룹 '하이라이트'의 손동운, 그룹 '인피니트'에서 호야라는 예명으로 활약하다 이 팀을 탈퇴한 이호원이 나눠 맡는다.

중소형 극장에서는 창작뮤지컬이 강세지만 대형극장에서는 라이선스가 여전히 강세다. 배우들도 '모래시계' 같은 대형 창작뮤지컬이 반갑다고 했다.

'레 미제라블' '엘리자벳' 같은 대형 라이선스와 '소서노' 같은 창작 뮤지컬 출연을 꾸준히 병행해온 조정은은 "창작뮤지컬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하나씩 그려 나가야 해요. 그래서 두려움의 연속이지만 훌륭한 스태프, 배우와 함께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스태프로는 박재현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감독,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 구윤영 조명 디자이너, 극작가 오세혁과 박해림이 함께 한다. '아이다', '타잔' 등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폴 보게이브가 편곡자로 참여한다.

'그날들', '아랑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창작뮤지컬을 연이어 흥행 시킨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내놓는 작품이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의 장상용 총괄 프로듀서는 "'모래시계'는 방송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이야기"라면서 "뮤지컬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무대 언어에 맞게 재탄생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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