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클래식·뮤지컬…연말 공연계, 러시아 바람 불어온다

  • 뉴시스

입력 : 2017.10.27 10:02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연말 공연업계가 러시아 바람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러시아는 차가운 이미지가 강한 나라지만 낭만적인 음악과 거대한 로맨스의 이야기로 꿈틀거리는 문학적 자양분이 풍부한 나라다. 여기서 영감을 받은 음악, 발레 그리고 뮤지컬 등의 작품들은 서정과 웅장함을 고루 갖추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건 대형 발레 작품들이다.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겸 단장 강수진)이 오는 11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발레 '안나 카레니나'를 선보인다. 세계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현대 소설로 꼽히는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이 바탕이다.

1200여쪽이 넘는 분량에 사랑과 결혼, 가족문제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질투, 신념, 욕망, 사랑 등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미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재탄생했다.

이번에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발레는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슈푹이 안무한 2시간 가량의 작품으로 2014년 초연했다.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주로 사용된다. 슈푹 감독은 "원작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면 6시간이 걸린다. 모든 것을 옮기려고 하기보다 어떤 부분을 선택할지 고심했다"면서 "'안나 카레니나'는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이면서 19세기 상류 러시아 사회를 세밀하게 그렸다. 군무진을 통해 러시아 당시 사회가 잘 나타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스타 발레 부부인 황혜민(39), 엄재용(38)의 유니버설발레단 은퇴작으로 관심을 끄는 발레 '오네긴'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확립시켰다는 평을 받는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삼았다. 시골 처녀 '타티아나'가 귀족 청년 '오네긴'을 만나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황혜민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한 '오네긴'을 은퇴작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엄재용은 "한편의 영화처럼 모든 걸 연기적으로 끌고 나가는 힘이 다. 연기력, 경험, 관록을 보여줄 수 있어 은퇴작으로 정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기존 음악을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가 재편집했다. 오는 11월 24~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러시아 발레 단체의 내한공연도 있다. 러시아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이 오는 11월 9~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선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서 깊은 극장인 마린스키 극장의 산하 단체다.

이번 내한공연은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이 중심이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의 일부 무용수가 참여하는 형태다.

다만 일부 주역은 마린스키 극장 소속 무용수들이 맡는다. 특히 지난해 한국 남성 무용수 최초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차지한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그는 11월 10·12일 오데트·오딜 역의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와 함께 무대에 올라 지그프리트 역을 소화한다.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오케스트라 내한공연도 마련된다. 오는 12월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러시아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통산 다섯 번째 한국 투어를 갖는다.

'마린스키의 차르(황제)'로 통하는 게르기예프가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지휘한다. 역시 러시아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선보인다. 이 곡의 협연에는 1998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을 거둔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나선다.

빈체로는 "게르기예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러시아의 문화적-역사적-지리적 배경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서방 지휘자들이 다다르지 못하는 정신적 고양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면서 "아득한 시베리아를 연상시키는 광범위한 스케일의 오케스트레이션과 우울과 갈망, 회한과 체념을 오가는 차이콥스키의 정서를 장대한 드라마로 펼쳐내는 기술이 독보적"이라고 소개했다.

구 소련 조지아 출신으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피아니스트로 평가 받는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오는 11월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치는 첫 단독 내한 리사이틀 역시 러시아 작곡가 레퍼토리가 큰 축을 차지한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스트라빈스키의 곡을 편곡한 자유분방한 곡들을 들려준다.

플레트네프 편곡의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과 아고스티 편곡의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중 '세 개의 춤곡'은 보수적인 클래식계의 분위기를 깨 나가는 부니아티시쉬빌리의 관능을 만끽할 핵심 레퍼토리다.

주빈 메타, 파보 예르비 등 거장 지휘자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러시아 협주곡'에서 그녀의 저력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맹렬한 기세에 있다. 특히 러시아 관현악곡의 피아노 편곡은 현재 부니아티쉬빌리가 가진 다방면의 매력을 공감각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6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은 '제28회 이건음악회'를 통해 첫 내한공연한다.

합창단은 26일 부산 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27일 고양 아람누리 음악당, 28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2회), 31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민주홀, 11월 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돈다. 특히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공연은 특별 나눔 공연으로 진행된다.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은 1397년 수도원 설립 이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전통을 지켜온 왔다. 동방 정교회와 러시아 국가 행사에 자주 출연한다.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스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러시아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니콘 스테파노비치 질라 지휘자는 "가톨릭에서 울려 퍼지는 성가음악은 더 화려하고 밝지만 동방 정교회 성가음악은 더 은은하다"고 말했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뮤지컬로도 선보인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가 내년 1월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다. 러시아의 유명 뮤지컬 프로덕션인 모스크바 오페레타 시어터의 세 번째 작품으로, 한국에서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한다.

세심한 내면 연기와 함께 사랑과 비극을 오가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타이틀롤 안나 역에는 뮤지컬스타 옥주현과 정선아가 더블캐스팅됐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겨울에는 낭만적이고 아득한 정서를 풍기는 러시아 작품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러시아의 이미지가 계속 회자되면서 공연업계에도 관련된 작품이 계속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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