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이 열린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 아트조선 임승현 기자

입력 : 2017.10.19 17:44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등 3곳 개방
전시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서울의 지하세계 3곳이 동시에 공개된다. 첫 개방은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다. 지난 10월 19일 개관한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1970년대 대통령 경호용 비밀 시설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공간이다.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공사 중 발견된 후 안전시설 및 운영방식의 논의를 거쳐 지난 2015년 서울시가 시민체험행사를 통해 일반에 공개했다. 이후 1년간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서울시립미술관이 관리하는 문화공간, 'SeMA 벙커' 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여의도 모더니티 전시 중 흰색 군복을 만드는 <할로미늄 여의도 베이스먼트>

전시장의 중심에는 작가 양아치가 기획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주목한 <여의도 모더니티전>(10.19~11.26)이 펼쳐진다. 4팀으로 구성된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지하벙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모습은 냉전 시대 산물로서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아니다.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출 형태로 천장을 마감해 천고를 높이고 전시를 위해 흰색으로 벽면을 칠해 놓은 모습은 여느 대안공간의 모습과 흡사하다. 오히려 역사적 의미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은 전시장 안쪽에 위치한 역사갤러리(VIP 공간)이다.

19일 공개된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의 역사갤러리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 방은 발견 당시 발견한 소파를 비슷한 형태로 복원해 시민이 직접 앉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화장실 시설물을 그대로 두고 발견 당시 나온 열쇠박스도 복원해 전시했다. 이 공간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한 공간을 넘어 역사갤러리로 활용된다. 박정희와 그를 분한 연기자의 삶을 교차해 역사 속 시간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무의식에 담긴 시공간성을 살핀 작가 윤지원의 영상작업 <나, 박정희, 벙커>(10.19~11.26)를 시작으로 'SeMA 벙커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SeMA 벙커' 는 여의도뿐 아니라 동시에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에 위치한 '경희궁 방공호',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노선 변경에 따라 기능을 상실한 '신설동 유령역'을 이번 주말부터 한시적으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개막식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을 재밌어 죽겠는 도시로 만들고싶다"며 "앞으로 서울시민이 이러한 특별한 공간에서 문화를 체험하고 역사적 경험을 상기해보는 장소이자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