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6 11:11

현대무용은 지루하다는 일부 편견을 산산조각 내는 현대무용 3편이 관객을 찾았다. 각각 조명·구성·연출로 방점을 찍으며, 현대무용의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29일까지 펼쳐지는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예술감독 이종호) 개막작으로 9일~10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한 영국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의 '숨기다|드러내다'는 조명으로 빚은 시(詩)라 부를 만했다.
안무가 러셀 말리펀트의 세밀한 근육이 돋보이는 안무가 바탕이 되고, 말리펀트와 25년 간 43편의 작품을 함께 해온 마이클 헐스의 조명이 안무와 무용수들의 몸을 빛의 명암으로 조각처럼 빚어냈다.
관점을 바꾸고, 무용수의 겉모습은 물론 공간까지 만들어내는 조명은 말리퍼트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조각칼 같은 기능을 했다.이번 내한에서는 총 4개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투 x 스리(Two x Three)'였다. 세 여성 무용수가 각각 사각형 형태의 조명에서 격렬한 몸짓을 선보이는데, 조명의 채도와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몸의 곡선과 안무의 굴곡은 '건축적'이었다.
건축가 김수근은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했는데, 이를 빌리자면 말리펀트와 헐스가 합작한 무용은 '빛과 몸이 빚은 시'인 셈이다.
13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이 선보이는 세 번째 픽업스테이지 '맨 투 맨(Man To Man)'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두 개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박순호의 신작 '경인(京人)'은 일종의 '역할 바꾸기' 구성을 통해 역동성과 함께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북청사자놀음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로 공연은 시작된다. 한 무용수와 두 무용수가 흰색 사자탈을 써서 연기하는 북청사자는 끊임없이 엉켰다 떨어진다. 흡사 투우 경기 또는 소설이 바탕인 '파이 이야기' 속 소년과 호랑이의 교감이 겹쳐진다.
이후 세 남성무용수가 손을 서로 잡고 뒤엉킨 채 끊임없이 위치를 이동하는 안무는 바이올린·첼로·피아노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 실내악처럼 유려했다. 다만 거문고, 타악으로 빚어진 강력한 음악으로 인해 얌전한 실내악이 아닌 포효의 협연이었다.
방점이 찍힌 장면은 현대 사회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사람, 특히 서울 사람의 모습을 저울 위를 오가는 움직임이다. 서울 경(京)과 사람 인(人)을 합한 제목은, 즉 서울 사람을 뜻한다.
초반의 놀이와 중반의 격렬함에 이어 후반의 혼란스러움은 극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순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맨투맨'의 또 다른 작품인 조슈아 퓨의 신작 '빅 배드 울프(Big Bad Wolf)'는 연출이 눈에 띄는, 이른바 '댄스 뮤지컬'이라 부를 만했다.
동화 '빨간모자'에 나오는 커다란 나쁜 늑대를 제목으로 삼은 이 작품은 춤을 기반으로 촌근 그리고 살짝 노래도 섞여 들어간다. 분위기 자체도 장난스럽고 연극적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춤이 쉽지는 않다. 장면마다 고난도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 동작들이 옹골차게 들어서 있다. 무용수들이 무대 전체를 다 쓰면서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작품은 '부기맨(bogeyman)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상상 속의 두려운 존재가 부기맨이다. 공포 또는 동화적인 상상력을 쾌활한 에너지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인다.
29일까지 펼쳐지는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예술감독 이종호) 개막작으로 9일~10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한 영국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의 '숨기다|드러내다'는 조명으로 빚은 시(詩)라 부를 만했다.
안무가 러셀 말리펀트의 세밀한 근육이 돋보이는 안무가 바탕이 되고, 말리펀트와 25년 간 43편의 작품을 함께 해온 마이클 헐스의 조명이 안무와 무용수들의 몸을 빛의 명암으로 조각처럼 빚어냈다.
관점을 바꾸고, 무용수의 겉모습은 물론 공간까지 만들어내는 조명은 말리퍼트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조각칼 같은 기능을 했다.이번 내한에서는 총 4개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투 x 스리(Two x Three)'였다. 세 여성 무용수가 각각 사각형 형태의 조명에서 격렬한 몸짓을 선보이는데, 조명의 채도와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몸의 곡선과 안무의 굴곡은 '건축적'이었다.
건축가 김수근은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했는데, 이를 빌리자면 말리펀트와 헐스가 합작한 무용은 '빛과 몸이 빚은 시'인 셈이다.
13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이 선보이는 세 번째 픽업스테이지 '맨 투 맨(Man To Man)'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두 개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박순호의 신작 '경인(京人)'은 일종의 '역할 바꾸기' 구성을 통해 역동성과 함께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북청사자놀음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로 공연은 시작된다. 한 무용수와 두 무용수가 흰색 사자탈을 써서 연기하는 북청사자는 끊임없이 엉켰다 떨어진다. 흡사 투우 경기 또는 소설이 바탕인 '파이 이야기' 속 소년과 호랑이의 교감이 겹쳐진다.
이후 세 남성무용수가 손을 서로 잡고 뒤엉킨 채 끊임없이 위치를 이동하는 안무는 바이올린·첼로·피아노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 실내악처럼 유려했다. 다만 거문고, 타악으로 빚어진 강력한 음악으로 인해 얌전한 실내악이 아닌 포효의 협연이었다.
방점이 찍힌 장면은 현대 사회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사람, 특히 서울 사람의 모습을 저울 위를 오가는 움직임이다. 서울 경(京)과 사람 인(人)을 합한 제목은, 즉 서울 사람을 뜻한다.
초반의 놀이와 중반의 격렬함에 이어 후반의 혼란스러움은 극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순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맨투맨'의 또 다른 작품인 조슈아 퓨의 신작 '빅 배드 울프(Big Bad Wolf)'는 연출이 눈에 띄는, 이른바 '댄스 뮤지컬'이라 부를 만했다.
동화 '빨간모자'에 나오는 커다란 나쁜 늑대를 제목으로 삼은 이 작품은 춤을 기반으로 촌근 그리고 살짝 노래도 섞여 들어간다. 분위기 자체도 장난스럽고 연극적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춤이 쉽지는 않다. 장면마다 고난도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 동작들이 옹골차게 들어서 있다. 무용수들이 무대 전체를 다 쓰면서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작품은 '부기맨(bogeyman)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상상 속의 두려운 존재가 부기맨이다. 공포 또는 동화적인 상상력을 쾌활한 에너지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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