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친' 세상에서 음악가의 임무는?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7.10.12 00:43

마이스키가 요요 마에게 묻다

미샤 마이스키(왼쪽), 요요 마.
미샤 마이스키(왼쪽), 요요 마.
"당신도 나처럼 한국에 여러 번 왔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예요? 난 20년도 더 전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녹음한 적 있는데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한 달 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딸과 함께 독주회를 연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9)가 12일 같은 공연장에서 독주회를 여는 첼리스트 요요 마(62)에게 서면으로 이렇게 물었다. 두 사람의 내한 공연을 이끈 기획사 크레디아가 '거장(巨匠)들은 다른 거장에게 뭘 궁금해할까' 싶어 기획한 릴레이 인터뷰. 첫 타자로 마이스키가 요요 마에게 질문 여섯 개를 던졌고, 요요 마는 다음 달 서울에 오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에게 궁금한 걸 남길 계획이다. 요요 마는 첫 질문에 "가야금과 장구, 사물놀이를 좋아한다. 국악은 표현 방식이 심오하면서도 철학적이라 깊이 빠져든다"고 했다.

"이 '미친' 세상에서 음악가의 임무는 무엇이냐?"는 질문엔 "클래식은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혼란한 세상에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 멋지다"고 했다. 그는 "내 삶에 스며든 모든 것이 결국 소리로 표현돼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20대 땐 낯선 도시와 문화를 경험하는 게 재미있었죠. 40대엔 즉흥 연주자인 바비 맥퍼린이 '현재 흥미롭게 하는 일이 있느냐'고 묻길래 칼라하리 사막에 가서 부시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었고요. 60대가 된 지금은 문화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사람들이 괜찮다고 해주고, 조금이라도 맞는 얘기를 하면 훌륭하다고 칭송해주죠."

파리에 살던 중국계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릴 때 뉴욕으로 이주해 자란 요요 마는 이번 공연에서 스트라빈스키 이탈리안 모음곡과 프로코피예프 첼로 소나타,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등 러시아 음악을 들려준다. "세 명 모두 모국을 뜨겁게 그리워했어요. 다른 나라에서 받은 영향과 자기 나라의 느낌이 다 스며 있죠. 그들 삶이 음악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서 들어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