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산불' 사월역 깜짝 발탁···류가양 "감히 주인공 생각도 못했다"

  • 뉴시스

입력 : 2017.10.10 10:14

포즈 취하는 류가양
영락없는 사월이다. 류가양(31)의 짙은 쌍꺼풀과 앙칼지게 다문 입술은 거침없이 당차 보인다. 허스키한 보이스까지 갖춰, 차범석 희곡 '산불'의 중심 캐릭터인 사월이 갖고 있는 욕망의 불씨를 활활 태워내는데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류가양이 차범석 동명 희곡이 바탕으로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하는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 창극 '산불'의 사월 역에 깜짝 발탁되며 스타덤을 예고하고 있다.

국립창극단에서 활약한 지 6년 만이자 연수단원의 신분이라 업계 안팎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송순섭·염경애를 사사한 류가양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다. 창극 '몽유도원도' '메디아' '메피스토'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에 출연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눈도장을 받게 됐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도덕적인 판단보다 본능에 가까운 사월 역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다. 사월은 대나무 숲에서 살을 섞는 규복과 점례를 보고, 동무의 연인을 맹랑하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캐릭터다. 아름다울가(佳), 어질 양(良), 이름도 독특한 류가양을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Q. 6년 만에 주역을 맡아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A. "처음에는 얼떨떨했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이미지로는 사월이에 적격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내면은 사월이처럼 살지 못한다. 의외로 소심하고 소극적이다. 내 자신이 스스로 설득되기 전까지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사월이를 연기하면서 그런 점을 벗어내고 싶다."

Q. 오디션을 치를 때 어땠나.

A. "주역에 전혀 욕심이 없었다. 아직 연수단원 신분이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감히 주인공은 생각도 못했다. 사전에 (장영규 음악감독과 진행한) 워크숍을 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까마귀, 귀신소리 등을 냈다."

이성열 연출(극단 백수광부 대표)은 오디션 당시 이글거리는 욕망을 눈빛으로 표현한 류가양을 보자마자 단번에 사월 역에 낙점했다. 이후 개별 오디션을 한번 더 치뤘는데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Q. 사월의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A. "야생적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해서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다. 최치언 선생님이 각색을 하시면서 주제를 '전쟁은 남자들이 질러놓은 불장난 그 불 때문에 역사가 시작됐다'라고 하셨는데 나 역시 공감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월은 상당히 파격적인 여성상이다. 사월 엄마인 최씨가 '이년아 다들 참고 사는데 왜 너만 그러냐'는 말을 하는데 오죽했으면 그렇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월을 다들 섹시하고 진취적이고 도발적인 캐릭터로 생각하시는데, 난 안쓰럽고 짠하다."

Q. 소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매력은 무엇인가?

A. "가야금 병창을 하다가 고3때 판소리로 진로를 바꿨다. 3수 끝에 대학에 갔다. 근데 소리꾼으로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 때도 있었다. 외국에서 연출을 공부하러 갈까라는 생각도 했고. 그러다 2008년 창작판소리를 접하고 국립창극단의 진취적인 작품들을 접하면서 애정이 생겼다. 판소리가 한과 맞닿아 있지만 슬픔과 여운만 묻어나는 장르가 아니다. 희로애락이 다 있다. 앞으로 판소리에 대한 일부 편견을 깨고 싶다."

Q. 소리꾼으로서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

A. "멀티플레이가 안 된다. 우선 창극에 집중하고 싶다. 6년 만에 주역을 맡아 주변에서 대기만성이라고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데, 뜬구름을 잡기보다는 부지런히 정진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마냥 꽃길만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는 안 했다. 시대의 흐름을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30대에 접어들었고 주역을 맡았으나 내가 잘하면 뭔가 새로운 흐름이 생기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다. 많은 젊은 소리꾼이 용기와 본질을 잃지 않고 해나간다면 100년 뒤에 판소리 위상이 더 드높아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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