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03 11:38

무대 위 아역배우 전성시대다. 조연이 아닌 주역 자리를 당당히 꿰찬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평균 11.2세의 다섯 빌리가 등장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포문으로 내년 '마틸다'가 공연된다. 당장 오는 4일 국립국악원에서 공연하는 '꼭두' 역시 아역이 주축이다.
아역은 존재 자체로 무대 위 조명처럼 빛을 발한다. 지난달 '빌리엘리어트'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시연된 넘버 '전기'(Electricity)에서 다섯 빌리는 반짝반짝거렸다. 고난도 발레 기술을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훈련 끝에 얻어낸 결과이고 여전히 훈련 중이다.
7년 만의 두 번째 한국 공연을 함께할 아역 배우 찾기 여정은 하지만 쉽지 않았다. 200명의 어린이가 지원한 가운데 지난해 4월부터 캐릭터 별로 길게는 8개월, 짧게는 5개월 간의 트레이닝과 3번의 오디션 과정을 거쳤다.
공연은 오는 11월28일부터 내년 5월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6일, 매일 6시간씩 훈련을 받는 '빌리 스쿨' 과정을 거쳤다. 발레, 탭, 힙합, 모던댄스, 애크러배틱, 필라테스, 복싱, 보컬 등의 트레이닝을 받아온 빌리들의 본격적인 여정은 지금부터다. 총 7개의 연습실로 나눠 진행되는 16주간의 리허설, 무대 셋업 및 연습 7주, 프리뷰 9회 등 어떤 뮤지컬보다도 치밀한 사전 준비를 거친다.
어린이들에게 힘들 수 있는 이 과정을 위해 '빌리엘리어트'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숨은 조력자인 '샤프롱'을 뒀다. 아역 배우들을 보살피는 건 물론 대사 연습, 무대 위 등퇴장의 동선 등을 챙긴다.
아역배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니, 거의 함께 연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명확한 자격 조건은 없지만 아이들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공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도 필요하다.
오디션 과정에서도 아역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이어져야 한다. 내년 9월 국내 라이선스 초연 예정인 '마틸다'의 지난 8월 말 오디션은 부모와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마틸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이 원작이다. 물질주의에 찌들어 TV를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는 부모와 오빠, 그리고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장 선생님 틈바구니에서 치이는 어린 천재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따뜻한 코미디 뮤지컬.
신시컴퍼니는 오디션도 작품의 정서처럼 따듯하게 진행했다. 딱히 참가자격을 따로 두지 않았는데 참가 어린이들을 15명씩 한 조로 묶어 한 시간 동안 지정 안무를 연습시키고 심사, 한 시간 동안 자유곡을 연습시키고 자유 표현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일종의 뮤지컬배우 체험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디션을 진행한 것이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통하는 꼭두를 중심으로 한 어린 남매의 모험을 담은 국립국악원의 '꼭두' 역시 영화 '부산행'(2016)과 '군함도'(2017)의 김수안(11) 등이 출연하는데 아역 배우 지도선생을 따로 둬 아역배우들을 챙기고 있다.
이미 '애니' '오즈의 마법사'와 만 18세 이하 배우와 밴드로 구성된 뮤지컬 '13' 등 아역·청소년 위주의 공연이 여럿 무대에 올라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역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환경은 쉽지 않다. 아이들이 오전에 학업을 마치고 오후부터 연습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다른 성인배우들과 연습 시간을 조율하기가 만만치 않고 아이들은 체력적 부담이 따른다.
미국 배우조합인 '액터스 에쿼티(Actors’ Equity)' 등에 따르면 아역 배우에 대한 계약 조항으로,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지 않은 아역 배우를 고용할 경우 리허설 기간을 포함해 개인 교사를 고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역 배우 고용에 대해 이런 내용이 제도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빌리엘리어트' '마틸다'를 제작하는 신시컴퍼니가 영국법 지침에 따라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민간 컴퍼니의 노력만으로는 안정적인 환경 구축에는 한계와 어려움이 따른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 역시 아역을 캐스팅할 때 한국처럼 학업이 문제가 되지만 법적으로 개인 교습 프로그램이 철저하게 보장돼 있다"고 했다.
학업 외 아역배우들의 체력 분배도 중요하다. 한국과 달리 멀티 캐스팅이 일반화돼 있지 않은 외국도 아역만큼은 같은 배역에 여러명을 캐스팅한다. 특히 '빌리엘리어트'처럼 연기와 노래뿐만 아니라 상당량의 춤까지 소화해야 하는 경우 그렇다. 신시컴퍼니에서 이번에 빌리만 다섯명를 캐스팅한 이유다.
아이들의 안전과 정서를 지켜주는 것도 컴퍼니의 중요한 몫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배인숙 샤프롱은 "아이들은 혼자 돌아다닐 수 없고 항상 저희와 같이 움직여야 한다"면서 "아이들 앞에서 나쁜 말이나 행동은 금지돼 있다. 극 중 욕설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연습 장면에서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올해 2월 국립극단의 '메디아'는 메디아가 자식을 해하는 장면으로 인해 20세 이상만 관람이 가능하게 했는데, 메디아 역의 이혜영과 두 아역배우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어 국립극단은 연습 때부터 심리치료사를 두기도 했다.
갖은 어려움에도 아역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관심과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의 예술적 경험을 늘려주는 동시에 공연계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혜원 교수는 "아역 배우들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작품들이 늘어난다면 공연계 저변 역시 자연스레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평균 11.2세의 다섯 빌리가 등장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포문으로 내년 '마틸다'가 공연된다. 당장 오는 4일 국립국악원에서 공연하는 '꼭두' 역시 아역이 주축이다.
아역은 존재 자체로 무대 위 조명처럼 빛을 발한다. 지난달 '빌리엘리어트'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시연된 넘버 '전기'(Electricity)에서 다섯 빌리는 반짝반짝거렸다. 고난도 발레 기술을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훈련 끝에 얻어낸 결과이고 여전히 훈련 중이다.
7년 만의 두 번째 한국 공연을 함께할 아역 배우 찾기 여정은 하지만 쉽지 않았다. 200명의 어린이가 지원한 가운데 지난해 4월부터 캐릭터 별로 길게는 8개월, 짧게는 5개월 간의 트레이닝과 3번의 오디션 과정을 거쳤다.
공연은 오는 11월28일부터 내년 5월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6일, 매일 6시간씩 훈련을 받는 '빌리 스쿨' 과정을 거쳤다. 발레, 탭, 힙합, 모던댄스, 애크러배틱, 필라테스, 복싱, 보컬 등의 트레이닝을 받아온 빌리들의 본격적인 여정은 지금부터다. 총 7개의 연습실로 나눠 진행되는 16주간의 리허설, 무대 셋업 및 연습 7주, 프리뷰 9회 등 어떤 뮤지컬보다도 치밀한 사전 준비를 거친다.
어린이들에게 힘들 수 있는 이 과정을 위해 '빌리엘리어트'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숨은 조력자인 '샤프롱'을 뒀다. 아역 배우들을 보살피는 건 물론 대사 연습, 무대 위 등퇴장의 동선 등을 챙긴다.
아역배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니, 거의 함께 연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명확한 자격 조건은 없지만 아이들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공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도 필요하다.
오디션 과정에서도 아역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이어져야 한다. 내년 9월 국내 라이선스 초연 예정인 '마틸다'의 지난 8월 말 오디션은 부모와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마틸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이 원작이다. 물질주의에 찌들어 TV를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는 부모와 오빠, 그리고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장 선생님 틈바구니에서 치이는 어린 천재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따뜻한 코미디 뮤지컬.
신시컴퍼니는 오디션도 작품의 정서처럼 따듯하게 진행했다. 딱히 참가자격을 따로 두지 않았는데 참가 어린이들을 15명씩 한 조로 묶어 한 시간 동안 지정 안무를 연습시키고 심사, 한 시간 동안 자유곡을 연습시키고 자유 표현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일종의 뮤지컬배우 체험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디션을 진행한 것이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통하는 꼭두를 중심으로 한 어린 남매의 모험을 담은 국립국악원의 '꼭두' 역시 영화 '부산행'(2016)과 '군함도'(2017)의 김수안(11) 등이 출연하는데 아역 배우 지도선생을 따로 둬 아역배우들을 챙기고 있다.
이미 '애니' '오즈의 마법사'와 만 18세 이하 배우와 밴드로 구성된 뮤지컬 '13' 등 아역·청소년 위주의 공연이 여럿 무대에 올라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역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환경은 쉽지 않다. 아이들이 오전에 학업을 마치고 오후부터 연습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다른 성인배우들과 연습 시간을 조율하기가 만만치 않고 아이들은 체력적 부담이 따른다.
미국 배우조합인 '액터스 에쿼티(Actors’ Equity)' 등에 따르면 아역 배우에 대한 계약 조항으로,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지 않은 아역 배우를 고용할 경우 리허설 기간을 포함해 개인 교사를 고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역 배우 고용에 대해 이런 내용이 제도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빌리엘리어트' '마틸다'를 제작하는 신시컴퍼니가 영국법 지침에 따라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민간 컴퍼니의 노력만으로는 안정적인 환경 구축에는 한계와 어려움이 따른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 역시 아역을 캐스팅할 때 한국처럼 학업이 문제가 되지만 법적으로 개인 교습 프로그램이 철저하게 보장돼 있다"고 했다.
학업 외 아역배우들의 체력 분배도 중요하다. 한국과 달리 멀티 캐스팅이 일반화돼 있지 않은 외국도 아역만큼은 같은 배역에 여러명을 캐스팅한다. 특히 '빌리엘리어트'처럼 연기와 노래뿐만 아니라 상당량의 춤까지 소화해야 하는 경우 그렇다. 신시컴퍼니에서 이번에 빌리만 다섯명를 캐스팅한 이유다.
아이들의 안전과 정서를 지켜주는 것도 컴퍼니의 중요한 몫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배인숙 샤프롱은 "아이들은 혼자 돌아다닐 수 없고 항상 저희와 같이 움직여야 한다"면서 "아이들 앞에서 나쁜 말이나 행동은 금지돼 있다. 극 중 욕설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연습 장면에서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올해 2월 국립극단의 '메디아'는 메디아가 자식을 해하는 장면으로 인해 20세 이상만 관람이 가능하게 했는데, 메디아 역의 이혜영과 두 아역배우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어 국립극단은 연습 때부터 심리치료사를 두기도 했다.
갖은 어려움에도 아역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관심과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의 예술적 경험을 늘려주는 동시에 공연계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혜원 교수는 "아역 배우들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작품들이 늘어난다면 공연계 저변 역시 자연스레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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