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페트렌코의 손끝에서 뜨겁게 생동한 '말러'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7.09.15 00:46

페트렌코 &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트럼펫 솔로의 길고 청량한 울림이 울려 퍼졌다. 이어 단원 90여 명이 일제히 기(氣)를 모아 질주하는 음을 토해냈다. 5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가 2부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 13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악단 음악감독 키릴 페트렌코(45)는 좁은 지휘대를 분주하게 누비며 색다른 사운드를 끌어냈다. 뜨겁게 생동하면서도 이전엔 들어본 적 없는 말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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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 키릴 페트렌코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빈체로
2000여 객석은 거의 만석이었다. 사이먼 래틀의 후임으로 2019년 가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될 페트렌코의 지휘를 눈앞에서 감상하려고 몰려든 인파였다. 장난감 병정처럼 선하게 웃는 얼굴로 지휘봉을 든 페트렌코는 일인극에서 열연하는 배우처럼 지휘 몸짓이 변화무쌍하고 힘이 넘쳤다. 음악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모든 악기와 성부를 낱낱이 분해해 그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조립한 말러였다.

구석구석 날 선 금관과 현악의 어지러운 화음들이 전체적으로는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1부에 속하는 1·2악장의 응집력이 특히 좋았다. 3악장 스케르초 연주에 들어가기 전 악단은 조율을 다시 했고, 페트렌코는 땀을 꽤 오래 닦으며 숨을 골랐다. 하루 두세 시간 겨우 눈 붙이며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악보를 파고 연주자를 연습시키는 완벽주의 성향이 음악에서도 묻어났다.

1부에서 악단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연주한 이고르 레비트(30)의 피아노 연주도 좋았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8세 때 독일로 건너간 레비트는 자세가 독특하다. 한 마리 웅크린 맹수처럼 건반 위로 상체를 기울인 채 갈고리처럼 길고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건반을 잡아당겼다 밀어냈다. 맑고 또렷한 소리가 객석으로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한 번으로 아쉬운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