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까지 팠는데… "살바도르 달리 친딸 아냐"

  • 변희원 기자

입력 : 2017.09.08 03:44

마르티네스, 10년간 '친딸 주장'
DNA 검사 결과 허위로 밝혀져… 달리재단 "발굴 비용 청구할 것"

살바도르 달리, 마르티네스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고인의 무덤까지 파헤치게 한 여성이 달리의 친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달리재단은 6일(현지 시각) "DNA 검사 결과 친딸이라고 주장해온 필라 아벨 마르티네스(61)와 달리는 혈연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마르티네스는 지난 2007년부터 자신이 달리의 딸이라고 주장해왔다. 달리가 1955년 스페인 포트리가트에 체류할 때 그의 집에서 일하던 자신의 어머니와 연인으로 지냈고, 어머니가 자신을 임신한 채 다른 남자와 결혼해 이듬해 출산했다는 것이다. 마르티네스가 달리의 친딸로 확인되면 스페인 법에 따라 달리 유산(3억3000만달러·약 3800억원)의 4분의 1을 상속받을 수 있었다.

마드리드법원은 지난 6월 마르티네스와 달리 간의 친족 관계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어 "달리의 관을 열고 시신에서 DNA를 확보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0일 달리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피부와 손톱, 뼈 등에서 DNA 샘플을 채취했다. 그의 시신은 고향 피게레스에 있는 한 극장 지하실에 묻혀 있다.

마르티네스의 주장이 허위로 판명되면서 그는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든 비용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앞서 달리재단 측은 "마르티네스가 친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그에게 묘지 발굴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달리는 1929년 갈라와 결혼했지만 부부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