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한국 사랑, 새만금에 쏟았어요"

  • 권승준 기자

입력 : 2017.08.25 00:03

[새만금 헌정곡 만든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

한국서 수십차례 공연한 음악가… 2년 전 방조제 둘러보다 만들어
"뉴욕 맨해튼 5배 넓이에 들어설 미래의 도시 모습 떠올라 작곡"

"새만금에 한번 가보세요. 그 앞에 서서 그곳에 세워질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보세요."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Barakatt·44)은 '새만금에 가본 적 없다'는 기자의 말을 듣자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연신 "창의성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새만금에 꼭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바라캇은 "한국 방송국이 만드는 새만금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자신이 새로 결성한 팀 '더 어바나이저(The Urbanizer)'의 새 앨범 준비로 바쁜 와중에 한국에 와서 다큐멘터리까지 촬영한 것이었다. 지난 3월 새만금을 위한 헌정곡 '원 모어 하트, 원 모어 드림(One More Heart, One More Dream)'을 만들어서 새만금개발청에 전달했고, 이번 방한 때 개발청으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스티브 바라캇
“새만금 헌정곡은 한국 사람 모두를 생각하며 만들었어요.”스티브 바라캇은“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연주해도 좋을 음악”이라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세계적 음악가인 그가 이렇게 '새만금 바라기'가 된 것은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함께 활동했던 오종남(64)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과의 인연 덕분이다. 오 위원장은 2015년 11월 한국에 공연차 왔던 바라캇과 함께 새만금 개발 현장을 찾았다. 군산과 김제·부안을 잇는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보던 바라캇에게 오 위원장이 "이곳을 위한 헌정곡을 만들어보는 건 어떠냐"고 슬쩍 말을 건넸다. 바라캇은 그로부터 8개월 뒤인 작년 7월 새만금개발청에 이메일을 보내 "새만금을 위한 곡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경쾌한 피아노 선율 위로 오케스트라 합창이 어우러진 장중한 곡을 보내왔다. 곡 후반부에는 한국 전통 악기인 대금 소리까지 넣을 정도로 신경 썼다. "왜 곡을 만들었냐고요? 뉴욕 맨해튼의 5배 넓이에 펼쳐질 미래 도시의 모습이 제 영감을 자극했거든요(웃음)."

바라캇은 지난 20여년간 수십 차례 한국서 공연을 하고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음악까지 낼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크다. 한국 음악 팬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의 음악은 친숙하다. 우리 일상 구석구석에 그의 음악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뉴스 일기예보 시그널송으로 잘 알려진 'The Whistler's Song', KTX의 안내 방송 배경음악이었던 'Rainbow Bridge', 'California Vibes', 중·고등학교 영어 듣기 평가 시작을 알리던 'Flying' 등이다. 열네 살 때 첫 앨범을 발표한 뒤 30년간 꾸준히 음악을 해왔지만 여전히 그는 "문득 찾아오는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어바나이저' 역시 어느 날 문득 그를 찾아왔다. 그의 투어 공연을 오랫동안 함께 해온 색소포니스트 조엘 티보가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려준 것이 계기였다. "그가 '한번 들어보라'고 음악을 들려주는데 '이거다' 싶더군요. 딱 제가 찾은 새로운 음악이었죠. 티보와 둘이서 악상을 구체화시키다 보니 어느새 팀이 만들어지더라고요(웃음)."

총 10곡이 수록된 '더 어바나이저'의 첫 앨범은 그의 말대로 이전의 '바라캇 음악'과 사뭇 다른 색깔이다. 팝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멜로디에 단출한 악기 편성이 돋보인다. 바라캇은 "새 앨범은 그야말로 순수하게 즐기기 위한 음악"이라며 "호텔 라운지나 바, 아니면 편하게 쉬는 공간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듣기에 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새만금에 들어설 미래 도시의 호텔 라운지에서도 '더 어바나이저'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정말 신날 겁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