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24 03:06
소박한 여인상으로 유명한 작가
기념사업회 "死後 재평가받으며 미술 시장에 복제품 크게 늘어"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수록된 '지원의 얼굴' 등 소박한 여인상으로 널리 알려진 현대 조각의 거장 권진규(1922~1973)가 위작(僞作) 논란에 휩싸였다. 23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 '권진규의 에센스'전(10월 14일까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권진규기념사업회와 작가의 모교인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측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작품들은 물론 국공립 미술관과 유명 사립미술관에 소장된 작품 중에도 사후 복제품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귀국 후 세 차례 개인전을 연 뒤 1973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조각가 권진규는 복제품이 나올까 봐 거푸집을 모두 깨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념사업회 측은 "소재 불명인 46점을 포함해 권진규가 남긴 진작(眞作)은 400여점"이라며 "사후 15주년이던 1988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을 기점으로 작품 세계가 재평가되면서 복제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탄생 100주년인 2022년을 목표로 권진규 전작 도록(카탈로그 레조네) 제작을 주도하고 있는 무사시노대학 박형국 주임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에도 다수의 복제품이 소장돼 있다"며 "작가의 아틀리에에 남아 있던 제자들 작품이 진품으로 잘못 포함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또 "진위 여부는 작품에 남은 작가의 지문(指紋)과 얼굴 분할선의 비율, 작품 마모 상태 등으로 파악하는데 그간 여러 기관들에서 진품으로 인정한 권진규 작품 40점 중 8점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술관 소장 권진규 작품 27점 중 청동 3점은 작가 사후 테라코타를 브론즈로 복제한 것으로 기증받을 당시 복제품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