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 한국적·야외·대중화 성공할까?

  • 뉴시스

입력 : 2017.08.09 09:35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걸음걸이를 비롯한 동작은 물론 슬픔과 아픔 등의 표현에서도 한국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멋진 오페라 사극'을 볼 수 있는 기회죠."(정구호 총연출)

국립오페라단이 특별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La Traviata)를 오는 25~26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펼친다.

국립무용단과 손잡은 '단' '묵향' '향연'을 통해 무용계에 주목 받는 창작자가 된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의 첫 오페라 연출작으로 화제가 됐다. 총연출을 맡은 그는 무대 디자인까지 담당한다.

알렉상드르 뒤마 2세(1824~1895)의 소설 '동백꽃 여인'이 토대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작품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성공을 기원해 마련하는 오페라이기도한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은 특히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이틀 공연에 제작비가 25억원이 투입되는 대작으로, 한국적인 색채의 오페라·야외 오페라·오페라의 대중화가 그것이다.

정 연출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국립단체연습실 N스튜디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너무 해보고 싶었던 오페라 연출을 하게 돼 기쁘다"면서 "첫 번째 오페라가 야외라 걱정이 되지만 평창올림픽을 기념하는 행사인 만큼 오페라 마니아만이 아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색채의 오페라 가능할까?

'동백꽃 아가씨'는 본래의 오페라 배경인 18세기 프랑스 귀족문화를 동시대인 조선 영·정조시대의 양반문화로 재해석한다.

패션계 거물들로 통하는 정 연출과 패션 큐레이팅의 선구자인 1세대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한복의 패션화를 이끈 한복 브랜드 '차이킴'의 디자이너인 김영진 대표가 3각 편대로 나서 비주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번 오페라를 준비하면서 18세기 조선의 귀족·기방 문화를 생각한 정 연출은 자신이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송혜교 주연의 영화 '황진이'(2007·감독 장윤현)이를 떠올렸다. '라 트라비아타'의 고급 매춘부인 '비올레타'와 당대 명성이 높았던 기생 '황진이'의 공통점을 찾은 것이다.

정 연출은 "조선시대 기생들은 양반들과 노는 기일뿐 아니라 시도 짓고 노래도 하는 예인이기도 했다"면서 "18세기 조선 문화의 흐름에 영향을 많이 미친 인물들이죠. 황진이와 비올레타를 교차하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했다"고 전했다.

정 연출은 이와 함께 18세기 조선으로 옮기면서 비주얼적인 부분의 변화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더 중요한 건 원작의 프랑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교 태도와 매너였다.

그는 "조신시대 여인들의 차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적인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배경은 조선으로 옮겼지만 번역을 위한 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노랫말은 원어로 부른다.

이런 언어적, 정서적 차이를 없애고 감상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스토리텔러인 변사 역을 설정한 것이 이색적이다. 정 연출과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인기 배우 채시라가 이 역을 맡는다. 정 연출은 "관객들이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부분을 이해하고 이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캐스트가 한국인 성악가라는 점도 이번 오페라의 한국적 색채에 힘을 보탠다. 한국인으로서 서양음악을 주로 서양에서 해온 성악가들 역시 이번에 한국적인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2007년 한국인 테너로서 최초로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 화제를 모은 테너로 이번에 알프레도 역을 맡는

알프레도 역의 테너 김우경은 "이번 작품에 대한 콘셉트를 받았을 때 신선했다"면서 "성악가로서 한국의 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한을 드러내는 가사를 잘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외국 옷과 가발이 잘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이번에 한복을 입었더니 잘 어울렸다. 가발 대신 상투를 얹고 갓을 쓰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웃었다.

일신 상의 이유로 중간에 하차한 소프라노 홍혜경을 대신에 비올레타 역에 투입, 17년 만에 고국 관객을 만나는 소프라노 이하영도 "이번 콘셉트를 처음 봤을 때 황진이를 떠올렸다"고 했다. "원작에 굉장히 시적인 구절이 많은데 노래를 부르지 않고 읽기만 해도 마음이 뜨겁고 아파지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하영과 비올레타를 나눠 맡는 손지혜는 "외국의 오페라를 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적 색채를 입은 작품을 하는 건 기쁜 일"이라면서 "서양적인 태도와 제스처에 익숙해져 있어서 한국적인 것이 나올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의 정서는 표출되지 않은 한의 정서인데 서양적인 것은 그것이 굉장히 오픈돼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동백꽃 아가씨'에는 이와 함께 민화 등을 모티브로 한 무대 장치물도 살린다. 이번에 안무를 맡은 한국무용가 김재승은 "한국 춤이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이질감이 없도록 하려 한다"고 했다.

정 연출은 "단순히 성악가들이 한복을 입고 한국 배경에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적으로 움직임으로나 한국적인 부분을 충분히 녹이려 한다"면서 "무엇보다 한국의 정서를 담아 한국적인 극을 보신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휘는 2012년 마체라타 오페라 페스티벌 '카르멘', 201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타이스'를 지휘한 세계적인 명장으로 이번에 지휘봉을 드는 파트릭 푸흐니에는 "정구호 연출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역사가 접목되면서 새로운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야외 오페라 성공할까?

야외 오페라는 더 많은 관객이 쉽게 오페라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창작진과 배우 그리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는 좋지 못한 환경이다.

비나 무더위 등 날씨도 변수로 작용한다. 집중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음향, 무대 사용 등에 있어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보통 오페라 공연과 달리 성악가들은 마이크를 쓸 수밖에 없기도 하다.

푸흐니에 지휘자는 "오페라를 야외에서 작업하지 말아야 한다"는 오페라의 거장 토스카니니의 말을 빌려 야외 오페라의 어려움을 전했다.

정 연출도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대라고 했다. "실제 아무것도 없는 잔디밭에서 무대를 만드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면서 "야외라 극장에서 할 수 없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원형 무대를 만들고, 무대 전환 등이 힘들어 LED 등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보통 실내 공연장에서 무대와 객석 사이에 위치하는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에서 이례적으로 무대 뒤에 배치한다. 성악가들은 모니터를 통해 지휘자를 확인하게 된다. 합창단은 호흡 등을 위해 40분 가량 오케스트라와 곁에서 노래하다 나머지 40분은 주요 성악가들과 함께 한다.

이번 공연에 마련되는 좌석은 약 7000석. 무대에서 객석 끝까지는 약 70m가량이다. 뒤편에서는 무대 위 세세한 연기와 의상, 소품을 보기 힘들어 무대 양쪽에 가로가 각각 약 7m 가량이 되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 무대 위 모습을 보여준다.

푸흐니에 지휘자는 "오페라는 소리뿐만 아니라 연기, 감정 표출, 제스처도 섬세하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대형 스크린이 관객들이 감정선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음향도 문제다. 정 감독은 "음향이 가장 중요한데 국내 최고의 음향감독을 모셔다"면서 "실제 극장의 음향의 질까지는 좇아가지 못하겠지만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오페라 대중화 성공할까?

8만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공연장에서도 지휘를 해봤다는 푸흐니에 지휘자는 "이번 무대의 중요한 의미는 오페라 음악의 대중화"라고 짚었다.

"음악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흔히 오페라를 생각할 때 부자 또는 엘리트들만의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유감이죠. 이번처럼 공원에서 공연을 한다면 평소 실내에서 보지 않던 분들도 처음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아들과 딸' '서울의 달' '여명의 눈동자' 등의 드라마와 각종 CF에서 활약한 유명 배우 채시라가 변사로 등장하는 부분도 이번에 오페라의 대중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의 섭외를 받고 굉장히 놀랐다는 채시라는 "막과 막 사이에 하나의 모노드라마를 펼쳐야 해서 어려움도 있지만 오페라 가수들과 협업할 기회는 다시 없을 거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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