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26 03:01
[뮤지컬 제2의 주인공, 무대]
500개 LED로 꾸민 '신과 함께'… 관객들 사이 재관람 열풍 일으켜
3D기술 활용 등 무대 더 화려해져
뮤지컬 흥행을 좌우하는 건 배우, 노래, 대본이지만 최근 들어한 가지가 더 늘었다. 바로 스펙터클한 무대. 독특한 무대 디자인으로 팬들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생겨나면서 '무대가 제2의 주인공'이란 말도 나온다.

올여름 대작 뮤지컬 대전에서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은 건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아리랑'(연출 고선웅)이다. 2015년 초연 때와 달리 전혀 새로운 무대 영상을 디자인해 벌써부터 화제다. '무대 디자인의 대가'로 꼽히며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와 수준 높은 영상미를 구현하는 정재진 영상디자이너가 손잡고 한국의 정서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제 강점기 비극적인 시대상을 그렸지만 상처로 좌절하기보다는 다음 세대를 향한 도약과 의지로 재해석한 것이 작품의 주제다. '애이불비(哀而不悲;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퍼하지 않는 것)' 정서를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연출가와 머리를 맞대며 콘셉트 잡는 데만 두 달 넘게 걸렸다. 정재진 디자이너는 "인물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작품 전체에 '민들레 홀씨' 디자인을 응용해 집어넣었다"며 "끊임없이 흩날려도 끝내 다시 땅에 뿌리내려 자라는 민들레의 끈질긴 생명력을 닮은 민초들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3D컴퓨터 작업도 활용했다. 앞뒤에서 영상을 비추는 홀로 스크린(Holo Screen)을 이용해 입체감을 살리는가 하면, 반투명 스크린을 통해 화면이 영사되는 리어스크린(Rear Screen)으로 신비감을 더했다.

'아리랑'에 앞서 박동우·정재진 디자이너는 뮤지컬(창작가무극) '신과 함께'로 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재관람 열풍'까지 일었을 정도다. 지난 22일 막을 내릴 때까지 각종 게시판엔 "배우 보려고 1층에서 한 번, 무대를 보기 위해 2층에서 한 번 더 관람했다"는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보통 뮤지컬 한 편에서 사용되는 영상은 최대 200개를 넘지 않지만 '신과 함께'에서는 530개 정도가 쓰였다. 무대 바닥과 벽면에는 500개가 넘는 LED가 설치됐다. 국내 뮤지컬에선 처음으로 시도된 LED 바닥이다. 사람 움직임과 영상이 연동하는 '리얼타임 인터랙션' 기술로 저승차사가 등장할 때 바닥에 마치 전기가 퍼져 오르는 듯한 아우라를 표현했다. 정재진 디자이너는 "복잡한 3D 기술 등이 무대 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이용되면서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나 보던 웅장한 느낌을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