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26 00:47
[세계적 페스티벌 佛 아비뇽 축제, 올리비에 피 총감독 인터뷰]
죄수 출연한 연출작 '햄릿' 화제
"한국에 좋은 작품 많다 들어… 내년 아비뇽 축제서 볼수 있길"

"한국에는 한 번도 못 가봤습니다. 꼭, 꼭 한국 공연을 보고 아비뇽 축제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한낮 온도가 섭씨 35도를 웃도는 불가마 같은 더위, 밤 9시까지 대낮같이 밝은 여름 휴양지가 세계 연극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올해 71회를 맞은 프랑스 아비뇽 축제는 지난 7월 6일 개막, 오는 26일 폐막까지 유료 관객 12만명, 초청 관객 5만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2부로 나눠 공연 시간이 16시간 30분에 이르는 이탈리아 작품 '산타 에스타티', 복역 중인 수인(囚人)들이 배우로 출연하는 '햄릿' 등 숱한 화제작으로 3주 동안 한여름 아비뇽을 전 세계 공연 예술의 중심으로 만든 축제 총감독 올리비에 피(52)를 만났다.
17세에 자작극 '검은 일기'로 데뷔한 그는 '전사(militant)'라고 불리는 사회참여적 배우이자 연출자다. 1995년 'La Servante(하녀)'로 처음 아비뇽 축제와 연을 맺은 뒤 2013년 이 축제의 젊은 주인이 되었다. 그는 어린이 축제, 스크린 공연 등으로 아비뇽 축제를 혁신해왔다. 여성 예술가의 참여도 대폭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37%밖에 안 된다"며 아쉬워했다. "어린이든, 청년이든, 누구든 즐길 수 있는 민주적인 공연 예술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공연 예술은 사람의 얼굴과 몸을 통해 이뤄집니다. 관객을 향해 문을 열고, 그들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어야 진짜 예술입니다." 올해 축제 공식 참여작 52편 중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 5편 들어 있는 것도 축제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번 축제 중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 중 하나인 '햄릿'은 올리비에 피가 연출하고 아비뇽 교도소의 죄수 10명이 참여했다. 2015년 '사슬에서 풀린 프로메테우스'로 교도소 작업을 시작한 피는 지난해부터 '햄릿'을 준비해 올해 무대에 올렸고 지금은 '안티고네'를 작업하고 있다. 프로메테우스, 햄릿, 안티고네 모두 저항과 실패를 경험한 인물들. "감옥에서의 삶은 실패로 가득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삶의 한 모습이죠. 나는 그곳에서 인간의 존엄을 살리고 싶습니다."

공식 참여작을 선정하는 데 유럽을 벗어나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 과제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올해 미야기 사토시 연출 '안티고네'를 교황궁 안뜰 무대에 초청한 그는 "한국에도 좋은 작품이 많다고 들었다. 나는 나를 놀라게 하는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1989년 임영웅 연출 '고도를 기다리며'가 오프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뒤 아직 공식 참여작은 없다. 그는 연출 미학과 스토리를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